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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아시아 문화 허브로] (6) 디지털은 문화소통의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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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아시아 문화 허브로] (6) 디지털은 문화소통의 고속도로

입력
2006.01.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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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교외에 위치한 독일 최대의 가전 양판점 체인 ‘미디어 막트’(Media Markt). 500여평 매장의 노른자위 격인 중앙 홀을 한국산 전자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액정화면(LCD) TV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50인치 프로젝션TV 등이다. 소니와 도시바 등은 바깥쪽으로 밀려났다.

매장 관리인은 “삼성, 필립스, 파나소닉 등이 매장에서 제일 잘 팔린다”고 말했다. 중·장년층들은 여전히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젊은이들은 한국 제품을 선택한다. 그는 “가격과 사양을 꼼꼼히 따져보면 삼성·LG 제품이 우세”라며 “특히 한국 제품을 한번 써본 사람들의 재구매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 '디지털 한류'가 한국 이미지 높인다

세계시장 주름잡는 한국산 디지털 제품

한류는 드라마와 영화, 대중가요 등 문화 콘텐츠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세계인들의 뇌리에 한국을 각인하는 최고의 경험은 단연 첨단 디지털 제품이다. 이런 ‘디지털 한류’ 바람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이고,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거세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디지털 상품은 역시 휴대폰.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휴대폰이 세계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세계인 5명 중 1명이 한국산 휴대폰을 쓰는 셈이다.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 높은 것이 아니다.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기능과 품질로 ‘명품’ 휴대폰으로 자리잡았다.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MP3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웰빙기능까지 무장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한국산 휴대폰은 독일 ‘세빗’(CeBIT) 박람회와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박람회에서 각종 상을 휩쓸고 있다.

MP3 플레이어도 디지털 한류의 간판 상품이다. 이 분야에서는 애플의 ‘아이팟’이 60%를 넘나드는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데, 2위는 한국업체 아이리버 차지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국산 MP3 업체의 위상이 높다. 대만의 전자상가 ‘광화상장’(광화상장)을 둘러보면 아이팟을 제치고 아이리버만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이 세 군데나 있다.

일본의 ‘요도바시’ ‘사쿠라야’ 등 전자제품 양판점에서는 아이리버와 엠피오 등 대표적인 국산 MP3 업체들의 제품이 아이팟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요도바시 도쿄 신주쿠점의 이마무라 주임은 “한국산 MP3 제품은 아이팟에 비해 기능이 풍부하고 크기가 작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MP3 제품을 취급하면서 개인적으로도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아졌다”며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아 ‘추천 제품’으로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정화면(LCD) 모니터와 TV, 플라스마디스플레이TV 등도 한국산이 최고다. 삼성전자의 LCD 모니터는 독일과 중국, 베트남 등에서 1위다. LCD와 PDP TV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이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 제품을 거세게 몰아부치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엄상률 상무는 “우리 돈 200만원이 넘는 32인치 LCD TV가 한 달에 몇 백대씩 나간다”며 “여기서 삼성전자 LCD TV는 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업체들도 활발한 해외 진출을 통해 디지털 한류에 한 몫 했다. KT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유선전화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베트남에 4,000회선, 태국에 5,500회선, 이란에 10만회선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했다. KT는 올해 상반기 중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준비 중인 와이브로(WiBro)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들고 미주와 유럽,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SK텔레콤은 1999년 몽골에 현지합작법인 ‘스카이텔’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베트남에 진출, ‘S폰’이라는 브랜드로 우리나라와 동일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 기반한 첨단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보여 현재 35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SLD텔레콤 법인장 김성봉 상무는 “베트남 현지인들이 S폰이 한국 기술에 기반한 이통 서비스라는 사실을 알고 가입한다”며 “디지털 한류의 덕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밖에도 미국과 중국에서 벨소리 등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확대돼야

디지털 한류는 다양한 한류 형태 중에서도 ‘지속 가능한’ 모델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정보기술(IT) 및 디지털 가전 업체들의 경쟁력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 70~80년대에 컬러TV와 가정용 VCR, 워크맨 등 혁신적이고 우수한 품질의 전자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며 오늘날 ‘일본=품질’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했듯, 디지털 한류 역시 세계인들에게 한국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 한류의 핵심은 고급화다.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은 “평범한 제품을 만들어 싼 값에 팔아서는 절대 1등이 못 된다”며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제값 받고 파는 ‘프리미엄 전략’이 디지털 한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제일기획 베이징(北京) 지사의 신동규 국장은 “중국에서 삼성과 LG가 소니를 능가하는 최고급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국가 이미지는 아직까지 ‘첨단’이나 ‘디지털’이란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의 전반적 경쟁력이 향상되어야 ‘한국=품질’이라는 진정한 등식이 성립할 수 있고, 디지털 한류가 ‘문화 허브’의 대동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 中·베트남 PC방이 한국문화원?

한류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태국 등에서 PC방은 사실상의 ‘한국 문화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 음악을 직접 즐길 수 있고,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유명 한류 스타들의 정보도 찾을 수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베트남과 태국 PC방에서는 ‘벅스’나 ‘펀케익’ 등 한국 온라인 음악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PC방에서 제공하는 아이디(ID)로 보아나 비의 최신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을 감상한다. 태국 방콕의 한 PC방 운영자는 “값싼 불법 복제 음반이 많이 유통되기 때문에 MP3 음악을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최신 한국 가요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스트리밍(실시간 전송) 방식으로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한류 스타의 팬들은 NHN과 다음 등 한국 포털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 한국어로 된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을 쳐넣으면 최신 동정에 관한 사진을 감상할 수 있어서다. 장동건의 팬이라는 호치민 대학 1학년 텅(19)씨는 “한국어과에 다니는 친구를 통해 최신 정보를 얻는 편인데, 해외 팬들을 위한 영어 연예 정보 사이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한국 온라인 게임이 대단한 인기다. 2005년 상반기에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현지명 ‘천당’) 시리즈, 웹젠의 ‘뮤’, 엠게임의 ‘열혈강호’ 등의 게임이 대만 온라인 인기 게임 5위권내 순위를 독식했다. 대만에 가장 먼저 진출(2000년)한 리니지는 현재 월간 가입자 43만명, 동시사용자 13만~14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대만 현지법인(엔씨타이완) 관계자는 “대만인들은 한국 온라인 게임의 아름다운 캐릭터와 화려한 배경 그래픽을 높게 사준다”며 “여기에 매료되어 한국 캐릭터와 한국 만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만과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는 한국 만화가 유명해지면서 만화를 의미하는 일본어 ‘망가’(manga)와 함께 우리말 ‘만화’도 점점 널리 쓰이고 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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