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부정행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부정행위

입력
2006.01.19 09:09
0 0

중학교 시절 대체로 좋은 시험점수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 고등학교로 진학해 대학입시의 문턱에 가면 믿고 있던 자신의 실력에 스스로 놀란다.

그렇지 않더라도 고교 시절 동안에도 쉬운 문제에 높은 점수를 얻으면 자신의 실력이 정말 그런 줄로 착각한다. 내신이 중요해지면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점수를 잘 줄 수 있는 방법으로 가르치고 출제해 온 탓이다. 대입 시험은 학생들이 치르는 것이고,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잘못 알게 된 교육을 받았다면 그 피해자는 결국 학생들이다.

■2002년 미국에서 통과된 새 교육법안은 시험점수가 높은 학교나 학급의 교사들에게 다각도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대신 시험성적이 좋지 않은 학교, 교사에게는 폐교나 감봉, 해고까지 가능토록 하는 성과제를 실시토록 했다. 한 마디로 학교가 학생들의 시험성적에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이 방안은 전국의 학습 교육수준을 끌어 올리자는 취지이다. 일견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만 돌아가지 않았다.

■교사에게 학생의 학업성과에 대한 책임이 지워지자 자기 반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는 교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시험부정이 아니라 교사들의 부정행위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당시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시카고의 경우 교사들의 부정행위가 광범위하게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버드 대학 출신의 각광 받는 젊은 경제학자 스티븐 래빗은 시카고 공립학교의 시험 답안지 70만장, 1억 개 이상의 ‘답’을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교사의 조작으로밖에 볼 수 없는 희귀한 답안 패턴들을 찾아내고 그 같이 결론지었다.

이후 시카고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해고와 징계가 줄을 이었다. 그가 ‘괴짜 경제학’이라는 저서에서 설명한 이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부정행위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행위라고 래빗은 말한다. 적은 양으로 더 많이 얻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소유할 만한 가치가 있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대가만 적절하다면 누구든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 그리고 부정행위는 인간의 갖가지 노력 가운데 특출한 재능이라는 데 래빗은 주목한다.

며칠 전 휴스턴 시가 학생 성적에 따라 교사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글쎄, 어떨까.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이 제도를 폐지했다. 적지 않은 보너스가 부정행위자에게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