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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장 자크 아노 감독의 '투 브라더스' 제작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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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장 자크 아노 감독의 '투 브라더스' 제작 비밀

입력
2006.01.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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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내면 연기를 펼쳤다. 슬픔과 감격을 표현하는 표정 연기도 일품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베어’를 만든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신작 ‘투 브라더스(Two Brothers)’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배경으로 호랑이 형제의 이별과 만남을 그리고 있다. 서커스단으로 끌려간 용감한 형 쿠말과 총독 일가의 애완 동물로 잡혀간 얌전한 동생 샹가. 이들의 상이한 성격 설정부터 고도의 연기력을 요구하는 이 영화를 위해 제작진은 프랑스와 태국 등 세계 각지를 돌며 7~12주 사이의 아기 호랑이를 찾아 다녔다.

영화 속 연기파 호랑이들은 호랑이 30마리의 조합을 통해 탄생했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표정이 풍부한 호랑이를 쓰고, 액션 장면에는 몸짓이 힘찬 호랑이를 동원했다.

캐스팅에도 동물들 각자의 성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 모성 본능이 강한 호랑이에겐 어미 역할을, 씩씩한 호랑이에겐 어른이 된 호랑이 역할을 맡기니, 겁 없는 암컷 호랑이는 스턴트맨 격.

아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아기 호랑이에게 연극 이론가 스타니슬라프스키의 ‘메소드 연기’를 가르치는 대담한 시도를 했다. 메소드 연기는 배우가 이야기 속 캐릭터의 감정에 직접 빠져들어 철저히 그 인물 자체가 되는 연기법. 연기 지도는 언어와 채찍 대신 ‘음식’을 통해 가능했다.

재채기를 시킬 때는 초콜릿 가루 냄새를 맡게 하고, 하품이 필요할 땐 우유 두 병을 먹여 곤히 잠을 재우는 식. 철저한 ‘호본주의(虎本主義)’.

덕분에 스태프와 감독 등 사람들이 우리에 갇히는 찬밥 신세가 됐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해 호랑이를 풀어 놓은 후 사람들이 우리 안에 들어가 영화를 촬영, 우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조련사 르 포르티에와 그의 조수뿐이었다.

카메라는 우리 밖에 여러 대를 설치한 뒤 근접 촬영이 가능하도록 원격 조종 장치를 부착했다. 예측할 수 없는 동물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HD 디지털 카메라와 35㎜ 카메라 등 각종 카메라가 총동원됐다.

배우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트레이너가 호랑이와 함께 연기하는 것을 먼저 찍은 뒤 모니터를 보고 트레이너의 위치에서 혼자 연기를 재연해야 했다. 호랑이의 매력에 빠진 보물 사냥꾼 역할의 가이 피어스는 “호랑이와 일대일로 마주보고 연기하게 해 달라”고 끈질지게 조른 끝에 촬영 막바지 한 장면에서야 소원을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호랑이 두 마리의 반응은 진짜였다. 따로 촬영하느라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호랑이들은 메소드 연기자답게 대본에서처럼 서로를 알아보고 재회의 기쁨을 만끽, 제작진을 감동시켰다는 후문.

영화는 “‘동물의 왕국’도, 다큐멘터리도 아니다’라는 제작진의 호언처럼 주인공을 사람으로 바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보기 딱 좋은 영화. 20일 개봉. 전체관람가.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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