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황우석 교수로부터 2억 5,000만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정당한 연구비라지만 의혹이 무성하다. 우선 박 보좌관이 따낸 연구과제가 전공 분야인 식물생리학과 동떨어져 있다. 사회학자 등 전문가를 동원해서 과제를 수행했다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 해명이 통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박 보좌관을 보는 황 교수의 눈길이 황 교수를 보는 국민의 눈길과 닮았어야 한다. 황 교수는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고, 연구 결과의 진위를 판단할 기술적 안목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에게 국민적 찬사와 거액의 연구비가 쏠린 것은 탁월한 ‘연구 설계’ 및 ‘영업’ 능력 때문이다. 그것은 줄기세포 연구에서 그가 가진 대표성, 즉 통로로서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서 비롯했다.
마찬가지로 박 보좌관의 능력과 통로 역할에 대한 황 교수의 기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박 보좌관은 줄기세포 오염 사실을 가리고, 난자 확보 과정에서의 윤리문제를 흐리는등 황 교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했다.
연구비 지급 시기가 박 보좌관이 경실련 과학기술위원장, 정권 인수위 및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 분과위원을 거쳐 청와대 과기보좌관이 되기까지의 기간과 겹치는 것도 공교롭다. 더욱이 청와대 과기보좌관이 된 뒤에는 연구자의 명의까지 조작한 것으로 보도됐다.
흔히 보아 온 정계 로비 의혹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구조다. 그런데도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 직후 도덕적 책임 차원에서 마지 못해 사의를 표명하는 데 그쳤다. 적극적으로 책임지려는 자세와 거리가 멀다.
더욱이 대통령과 그 주변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못해 무능해 보인다. ‘법적 책임’이 드러나야 문책하겠다는, 원칙인지 오기인지가 불분명한 자세다. 사소한 자존심을 위해 정치적 판단을 포기하고서, 어떻게 국가를 끌고 가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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