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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尹, 고위층한테 받기만 했다?

입력
2006.01.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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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고위 관리들이 브로커에게 돈을 건넨 까닭은 무얼까.”

검찰의 거물 브로커 윤상림(54ㆍ구속 기소)씨 수사가 계속되면서 고위 공직자 등 유력자들과 윤씨 사이의 이상한 돈거래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직 판사, 고검장 출신 변호사, 경찰 고위간부, 대기업 사장 등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윤씨에게서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돈을 건넸다. 이들은 하나같이 “윤씨에게 돈을 뜯겼다”거나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개의 브로커들이 고위 관리들과의 친분을 이용, 사건 청탁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김경수 부장검사)는 최광식 경찰청 차장이 지난해 7월 윤씨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같은 해 4월 윤씨가 기획부동산업자의 부탁으로 경찰에 수사를 청부할 무렵 최 차장이 윤씨와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 차장은 “8년간 알고 지내던 윤씨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해 친구에게 2,000만원을 윤씨 차명계좌로 보내주도록 했을 뿐 어떤 청탁도 오간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 차장의 친구는 돈을 송금하면서 자신 대신 ‘최광식’을 송금자로 적어 돈의 성격에 대해 석연찮은 구석을 남겼다.

앞서 윤씨에게 각각 9,000만원과 4,000만원을 건넨 현직 판사 2명과 1억원을 제공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 K씨, 1,000만~2,000만원씩 준 것으로 드러난 판ㆍ검사 출신 변호사 10여명도 이구동성으로 “단순히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아직까지 돈을 돌려 받지 못했다.

인사나 수사 무마, 인ㆍ허가 등 각종 청탁 명목으로 경찰, 조직폭력배, 기업인 등으로부터 받은 돈을 합하면 윤씨가 받은 돈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검찰은 “윤씨가 실제 ‘능력’보다 과대 포장된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가 구속 되기 전까지 국회의원을 우습게 알 정도로 최고위층만을 상대하는 인물로 비쳤다는 것. 때문에 아무리 고위급 인사라 하더라도 윤씨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장관 되기 전 의원회관에서 우연히 윤씨를 만났는데 윤씨가 대뜸 ‘어이, 천 의원 잘 지내나’라고 하더라”고 일화를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윤씨 외모가 언뜻 봐서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윤씨를 브로커로 생각하지 못한 게 불찰”이라는 최 차장의 후회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명쾌하지 않다. 윤씨가 돈을 뜯어 낸 사람 중에는 전ㆍ현직 판ㆍ검사 같은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들 사이에서도 인사 청탁 등이 오고 간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아파트 분양사업 등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윤씨에게 돈을 불리기 위해 맡겼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씨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줄 때는 대부분 현금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수수께끼를 풀 단서가 될 수 있다. 고위 인사들로부터 받기만 한 게 아니라 이들에게 준 것도 많은데 꼬리표가 붙지 않는 현금이 사용돼 검찰이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수사팀의 한 검사는 “윤씨 사건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브로커가 아직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이기택 부장판사)는 변호인 외에 다른 사람이 윤씨를 접견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검찰은 “윤씨가 가족 등을 통해 돈 거래자들과 입을 맞추고 있다”며 윤씨에 대한 접견금지를 신청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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