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이 줄기세포연구를 주도한 때부터 논문조작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미묘한 갈등관계를 지속해온 서울대 의대와 수의대가 이번에는 향후 의생명과학 연구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서울대에서 줄기세포, 이종장기 이식 등 의생명과학 연구는 수의대가 주도해 왔다. 문신용, 안규리 등 의대 교수들이 황 교수팀에 다수 참여했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은 황 교수였다.
1999년 복제 소 ‘영롱이’, 2005년 복제 개 ‘스너피’에 이어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에 이르기까지 황 교수팀의 업적들은 소위 ‘황우석 효과’를 만들어 냈고 그간 의대에 가려 있던 수의대가 각광을 받았다.
연구비도 몰려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서울대 의생명공학 연구동(황우석 연구동) 건립에 125억원이 배정됐다. 수의대의 한 대학원생은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알게 모르게 가졌던 설움에서 벗어난 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대로 의대에서는 “수의대만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논문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황우석이라는 방향타를 잃은 수의대는 수세에 몰렸고, 황 교수팀과는 별도로 수의대가 일궈놓은 연구성과들마저 외면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대 교수들이 황 교수팀에 대해 비판하면서 양 대학 간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그런데 최근 의대의 의생명과학과 신설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운찬 총장에게 의대 산하에 의생명과학과를 신설할 것을 건의했던 의대는 지난해 12월 다시 건의서를 냈고, 정 총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른 여러 분야를 망라하고 있지만 초점은 황 교수팀이 주도하던 줄기세포와 이종장기 이식 연구에 맞춰져 있다. 오래 전부터 추진해 왔다는 것이 의대 측의 설명이지만 때가 때이니 만큼 황 교수 파문과 전혀 별개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의대 김두현(21) 학생회장 등 학생회 임원 3명은 18일 ‘의대의 의생명과학과 신설 추진에 대한 수의대 학생들의 입장’이라는 서한을 대학본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현재 서울대가 학과의 규모와 정원을 줄이는 상황에서 신설학과 추진은 명분이 없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또 “의생명과학과는 학제간 연구가 필수적인 만큼 의대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황 교수팀이 와해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아무런 협의 없이 이런 사안이 제기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본부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어 황 교수가 떠난 서울대 의생명과학 연구의 빈 자리를 놓고 의대와 수의대의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글ㆍ사진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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