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강조하는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해체 음모에 따른 것이며,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중국의 안전과 영토 보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글이 중국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고 서길수 서경대 교수가 18일 밝혔다.
고구려연구회 이사장인 서 교수는 “중국 인터넷에 고구려 관련 글이 많이 돌아 다니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인터넷 포털 중국 야후에서 검색한 결과, 문제가 된 ‘중국 해체 만주 병탄’(中國解體呑倂滿洲) 제목의 글을 646건이나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에 따르면 이 글에서 필자는 최근 벌어진 한ㆍ중 고구려사 논쟁의 과정과 쟁점을 잘못 알고 있는 역사 상식과 억측을 동원해 엉터리로 해석, CIA 음모설 등 선정적인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치고 있다. 글은 ‘고구려 논쟁을 통해서 본 한국의 우리나라(중국)에 대한 야심과 미국의 배후 역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자신을 ‘정론가도 역사학자도 아니며, 다만 해외에 사는 한 명의 보통 중국인’이라고만 밝힌 필자의 요지는 이렇다. 먼저 ‘고구려 역사는 중국 역사에서 후세에 이름을 길이 남긴 명군 당태종 이세민이 수 황실에서 이루지 못한 염원을 이어 받아 친히 대당군을 지휘하여 피 흘려 싸워 얻어낸 우리 민족의 고귀한 역사 유산’이라고 주장이다.
나아가 ‘한국인이 모든 대가를 아끼지 않고 외곬으로 혼자 길을 가는 것은 CIA가 배후에서 내몰아 한국이 우리 동북 3성에 대해 영토 침탈과 확장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또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미국은 한국에 “중국이 21세기에 해체될 때 우리가 한국의 만주 병탄을 지지할 것”이라며 승낙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 필자는 또 조공과 책봉을 종속과 지배의 개념이 아니라 고대 동아시아의 외교 행위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한국 학자들의 주장에도 공격의 날을 세운다. ‘조공은 오늘날 중앙 재정을 위해 세금을 걷는 것과 같다. 오늘날 어떤 독립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에 이처럼 의무적이고 제도적으로 세금을 내는가’라며 단순 논리로 몰아 부쳤다.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2004년 9월 열린 한ㆍ중 역사학자 토론회를 소개, ‘이 토론회에서 동북공정의 창시자인 중국 학자 쑨찐지(孫進己)가 한 간단한 발언 한 마디에, 원래 대중 심리가 격앙되어 있었고 화가 하늘을 찌르던 한국의 정계, 학계, 매체 모두는 어떻게 반박할 수가 없었을 뿐더러 벙어리처럼 말을 못 하는 곤경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국제학술대회가 끝난 뒤 중국 학자의 발언에 대해 한국측에서 지금까지 어떤 반박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그 증좌가 아니겠느냐는 것.
서 교수는 “그 동안 중국은 고구려사 논쟁을 일절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앞뒤 사정을 밝히지 않고 CIA까지 집어 넣은 주장을 인터넷에 유포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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