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일본 집권 여당 자민당이 동시 다발적인 악재에 휘말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자신들이 적극 지원했던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라이브 도어 사장이 16일부터 주가 조작 의혹으로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는 상황을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7일에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맨션 내진(耐震)설계 불법 변경 사건’ 청문회에서 맨션판매 회사 사장이 자민당 거물 정치인과의 관계를 털어놓아버렸다.
맨션 판매업체 휴자사의 오지마 스스무(大嶋進) 사장은 “아베 장관의 후원회장을 통해 소개 받은 아베 장관의 정책비서를 의원회관에서 만났고, 그가 국토교통성 간부에게 전화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이에 대해 비서의 접촉은 인정했지만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오지마 사장은 또 자민당 최대 파벌인 모리(森)파와 모리파 소속의 이토 고스케(伊藤公介) 전 국토청 장관을 금전적으로 후원했고, 이토 전 장관과는 함께 국토교통성을 방문해 국가의 책임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한 사실도 밝혔다. 평소 정ㆍ관계 거물과의 친분을 과시해 온 오지마 사장은 시종 의원들의 질문에 불성실하게 대답해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일본 국민들은 건축비 절감을 위해 설계도를 불법 변경, 규정된 내진 강도에 미달한 맨션을 공급한 이번 사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정치인 관련 의혹은 향후 심각한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등이 직접 나서 당과의 관계를 조기 차단하려 했던 라이브도어 사태도 호리에 사장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폭발력이 증가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는 개혁의 상징 인물로 추켜세웠던 호리에 사장의 추락과 구태의연한 정치가들의 행태가 당의 개혁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인 아베 장관의 이름이 의혹사건에 거론돼 ‘포스트 고이즈미’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생겼다.
야당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는 20일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아베 장관의 비서를 불러 증언을 듣겠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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