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들에게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한 장이었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지속적인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어떤 종목을 매입했더라도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소 달라질 듯 하다. 지난해 증시의 화두 중 하나였던 ‘재평가’ 재료가 상당히 퇴색한 대신 본격적인 실적 위주의 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전체적인 코스피 지수나 코스닥 지수의 등락보다는 업종별, 종목별로 수익률이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아 종목 선택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될 전망이다. 종목 선택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선택해야 할까. 주가전망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들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추천종목을 토대로 종목 선택에 나서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 하다.
한국일보는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인 전병서 상무,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인 이종우 상무,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인 박천웅 전무,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인 김영익 상무,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인 이정호 이사 등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로부터 올해의 유망종목을 추천받았다. 미래에셋증권 이 이사가 14개, 나머지 리서치센터장들이 10개씩의 종목을 추천했다.
추천 종목 1순위는 단연 삼성전자였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대표종목인 삼성전자는 올해 정보기술(IT)주 강세가 예상되면서 5개 증권사로부터 모두 추천을 받았다.
대우증권 전 상무는 “반도체 부문은 올 하반기 이후 ‘빅 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TV용 LCD도 올 상반기에 가격조정을 거친 뒤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대중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박 전무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시장수익률보다 낮은 상승을 기록하면서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며 “디지털융합(Digital Convergence)화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라고 삼성전자를 추천했다.
대신증권 김 상무는 “플래시 부문의 신규 잠재 수요로 플래시 중심의 IT 리더십 강화가 예상된다”며 “IT산업의 하강 사이클이 마무리될 전망이라 순환적 수익 변동이 아닌 장기 내재적 이익에 기반을 둔 성장 전망이 돋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한화증권 이 상무는 “반도체 업종과 LCD TV 분야에서 수익성 차별화가 기대된다”라고 말했고 미래에셋증권 이 이사도 “반도체와 핸드셋 중심의 견조한 영업이익 개선과 지속적인 저평가 상태가 호재”라고 밝혔다.
한국전력, 대한항공, CJ, 현대차, 삼성증권도 각각 3명씩의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한국전력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하락과 전력요금 산정기준 변경 등의 수혜가 예상됐다. 대우증권 전 상무는 “환율 전망 하향조정, 석탄가격과 전력기반기금 부담금 조정 등의 모멘텀이 있다”며 “요금산정기준 변경 및 배당금 상향에 따른 재평가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호평했다.
대한항공도 환율하락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평가됐다. 한화증권 이 상무는 대한항공에 대해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환수혜 효과가 강화될 것”이라며 “또한, 항공수요의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CJ는 지주회사 특수와 원재료 가격 하락 등이 호재로 지목됐다.
대신증권 김 상무는 “CJ가 지주회사로서 자회사의 자산가치 증가에 따른 자산효율성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기업가치가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내수 회복과 해외시장에서의 판매 호조가 가장 큰 메리트다. 한화증권 이 상무는 “해외생산체제 본격 가동에 따른 ‘글로벌 플레이어’로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또한, 지난해 이후 본격화한 신차효과가 내수경기 회복과 더불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증권업체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 이 이사는 “금융계열사를 갖추고 있어 프리미엄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실적 개선도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 LG화학, INI스틸, 삼성테크윈은 모두 두명씩의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 이 이사는 동아제약에 대해 “신규 발기부전 신약 ‘자이데나’ 출시에 따른 매출 증가와 이익률 호전이 예상된다”며 “처방약 위주의 제품라인 배합(product mix) 변화로 매출 총이익률이 상위업체 평균(60%)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박 전무는 LG화학에 대해 “올해 부진을 떨쳐 버리고 본격적인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LG대산유화 합병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INI스틸에 대해 대신증권 김 상무는 “봉형강류 위주의 제품 구성에서 벗어나 판재류 등의 안정적 제품 구성으로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와 현대齊洲?등 관계사 지분도 향후 기업 가치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증권 이 상무는 삼성테크윈과 관련, “광디지탈 사업부문의 영업호조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중장기 방위산업 영업기반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종목 외에 한표씩의 추천을 받은 종목도 26개에 달했다.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대신증권 등 금융주들이 4개에 달해 올해도 금융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경기 회복 수혜가 예상되는 하이닉스 동진쎄미켐 삼진엘앤디 등 IT관련주들도 대거 눈에 띄었으며 건설업체도 대림산업과 한라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3개 종목을 포함시켜 강세 예상 업종으로 떠올랐다.
코스닥 대장주인 동시에 인터넷포털 대장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NHN의 경우 지난해 높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기대 종목에 포함됐다.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듯 의류업체인 제일모직, 백화점 업체인 신세계 현대DSF, 유통업체인 LG상사 삼성물산, 대표적 음식료 업체인 농심도 얼굴을 내비쳤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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