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상상플러스’의 ‘세대공감 올드&뉴’는 아이들이 모르는 어른들의 말,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말을 소재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는 보기 드문 오락 프로그램이다. 연예인 신변잡담에서 벗어난 참신한 포맷과 절제된 연출이 조화를 이루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지난해 11월부터는 이 코너만으로 프로그램 전체를 꾸미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세대갈등이 화두가 된 현실에서 이름처럼 ‘세대간 공감’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화배우 최민수 이성재 여현수가 출연한 17일 방송은 부적절한 비속어와 성 관련 농담을 쏟아내 ‘공감’은커녕 시청자들의 ‘반감’만 샀다.
발단은 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출연자들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소재로 에로영화를 선택한 것. 최민수는 ‘노루표’ ‘쌕쌕이’ 등 포르노물을 일컫는 은어와 ‘웃장까다(윗도리를 벗다)’ 등 비속어를 남발했다. 이성재는 “제대로 된 베드신은 못 찍어봤다”며 그 예로 “상하 움직임이 있는…. ”이라는 민망한 표현을 썼다. 또 제작진은 ‘식겁(食怯ㆍ겁을 먹다)’이라는 단어에 대해 ‘여자 속옷 사이즈(C컵)’라는 힌트를 주는 등 시종 성 관련 소재를 올렸다.
물론 웃음이 주는 오락 프로그램에 지나친 엄숙주의를 강요할 수는 없다. 또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보호시간대가 아닌 밤 11시5분에 방송된다. 하지만 비속어와 민망한 농담을 남발한 이날 방송은 제작진 스스로 내세운 “바른 말 쓰기를 매개로 10대부터 50,60대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목표를 무색케 했다. 더욱이 제작진은 부적절한 발언을 편집으로 걸러내기는커녕 큰 글씨로 자막 처리하는 엇나간 친절을 베풀었다.
‘욕하면서 본다’는 오락의 역설을 입증하듯, 17일 방송의 시청률은 ‘상상플러스’ 자체 최고인 26.3%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청자 게시판에는 “상상플러스가 아니라 성인플러스”(ID tkdtnr8553) “초등학생 딸이 ‘상하로 움직이는 베드신’이 뭐냐고 물어 난감했다”(a103103) “연예인보다 그냥 내보낸 KBS가 더 문제”(okhime2)라는 등 비판 글이 올랐다.
연출을 맡은 이세희 PD는 “실제 녹화에서 우리도 잘 모르는 일본어 은어와 비속어가 쏟아져 거른다고 걸렀는데 판단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시청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여 다음 방송부터 좀더 정교하게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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