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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상 VK 사장 "8.8 비밀?… 상표등록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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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상 VK 사장 "8.8 비밀?… 상표등록 해야겠네요"

입력
2006.01.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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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8.8을 상표로 등록하겠습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얇은 8.8㎜두께의 초슬림폰 ‘VK-X100’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VK주식회사의 이철상(39ㆍ사진) 사장을 17일 경기 안양시 VK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8.8㎜ 폰의 비밀을 밝히다가 별안간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8.8이라는 숫자를 상표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평소에도 즉흥적으로 사업결정을 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리얼타임 엔터프라이즈(real time enterprise,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기업)의 특징”이라며 “경영은 곧 스피드 싸움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8.8’ 신화를 일으킨 VK-X100도 이렇게 탄생했다.

이 사장은 “8.8은 휴대폰 제조기술의 한계치를 나타내는 숫자”라며 “안테나 두께 7㎜, 앞뒤 케이스 두께 0.8㎜씩 1.6㎜, 케이스와 내부 기판 사이의 공백 0.2㎜를 합쳐 8.8㎜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내구성을 우려해 기존 제품의 1㎜ 두께보다 얇으면서 더 튼튼한 케이스를 개발했다”며 “당분간 8.8㎜의 벽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제품을 만든 연구진과 디자이너 가운데 선발된 4명은 18일 사내 ‘1등 인재 인증제도’에 따라 인사고과와 급여가 올라가는 혜택을 받았다.

VK-X100은 언뜻 보면 신용카드 서너 장을 합쳐놓은 것처럼 얇다. 크기도 명함만 하다. 휴대폰 본연의 기능인 통화에 충실한 고객들을 잡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도 제외해버려 무게도 가볍고 가격도 23만원대로 저렴하다. 덕분에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며 지난해 12월31일 SK텔레콤 가입자용으로 출시된 이후 하루 1,700대씩 개통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VK-X100을 그대로 모방한 소위 ‘8.8 짝퉁 폰’까지 등장했다. 이 사장은 “현지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속상하지만 단속방법은 없고, 유명세 탓이니 어쩔 수 없다”고 웃었다.

‘8.8’ 신화의 후속작은 더 획기적이다. 그는 VK-X100의 뒷면을 가리키며 “여기에 디지털 카메라를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VK-X200’으로 명명된 후속작은 8.8㎜ 두께를 유지한 채 디지털 카메라까지 갖추게 된다. “디자인부터 생산완료까지 40일 안에 끝내라”는 이 사장의 ‘40일 프로젝트’ 지침에 따라 이 제품은 다음달쯤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지상파와 위성DMB폰 등 5종의 슬림폰을 올해 국내에 출시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VK-X100 때문에 마음고생도 했다. 일부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저가에 판매하거나 심지어 무료로 제공하면서 시장을 어지럽힌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음모론 중에는 SK텔레콤에만 휴대폰을 공급하는 이유가 제조비 지원 등 이면계약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억측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 가운데 1위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1등 업체와 일하면 덩달아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며 “영국 보다폰에 제품을 독점 공급하는 이유도 보다폰이 세계 1위 이통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오해를 받더라도 저가폰을 계속 만들 생각이다. 그는 “모두가 값비싼 프리미엄폰만 만들면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은 누가 만들겠냐”며 “저가도 틈새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올해 국내외용 35종류의 휴대폰을 만들어 유럽과 남미 등 50개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1997년에 VK를 창업한 이 사장은 서울대 재학시절인 91년에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 권한대행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기업인 본연의 모습이 가려진다는 이유로 ‘386 운동권 출신’이라는 딱지를 무척 싫어한다.

그렇지만 사옥 1층 로비에 부서진 휴대폰으로 만들어 세운 조형물을 보면 여전히 열혈청년의 느낌이 풍긴다. 해당 조형물은 다름아닌 이 사장의 작품이다. 그는 2004년 3월에 불량률 해결을 위해 전 사원이 보는 앞에서 2,000여개의 휴대폰을 망치로 직접 부숴버렸다. 그 잔해를 모아서 1층에 조형물로 세워놓고 품질 혁신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남다른 이 사장의 노력은 2003년에 1억달러 수출탑으로 보상을 받았다. “올해는 인재로 보상을 받고 싶습니다.” 그는 “최고의 투자는 인재 양성이라고 믿기 때문에 직원들을 위한 각종 사기 부양책과 인재 약성 프로그램을 마련해 세계 속의 VK를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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