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북미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의 18일 베이징(北京) 접촉은 그 자체가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중요한 진전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미 달러화 위조ㆍ유통 의혹과 이에 따른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래 최초의 북미간 직접 대화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 직후 이 문제를 해결키 위해 미국에 오려 했던 김 부상의 계획이 양측 신경전으로 곡절 끝에 불발된 점을 감안하면 2개월여만에 모종의 접점이 찾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동안 북한은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의 전제로 내세우며 미국에 양자 협상을 요구했다. 미국측은 ‘설명’은 가능하나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협상’은 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베이징 접촉의 성격이 실제 어떤지는 명확치 않으나 양측 수석대표가 만난 것은 그 외적 형식면에서는 북측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형식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양측이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느냐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김 부상이 북미 접촉에 앞서 중국측과 협의하면서 달러 위조 및 돈세탁 등 불법행위의 증거가 명백할 경우, 연루된 인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언급했다는 보도는 긍정적 신호다.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이를 “북한이 국가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대신 개인부정은 단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방식을 사용했었다. 물론 이런 방식을 북한이 택하더라도 달러 위조를 북 정권의 ‘사업’으로 보는 미측이 어느 정도의 타협 여지를 보일 지는 미지수다.
미측은 최근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대북 금융제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직접 지시”라고 수위를 한껏 높여 놓았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이란 핵 위기에 대해 미국이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미측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긍정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한국, 중국 등의 중재노력 때문이다. 딕 체니 미 부통령 등 미측 강경파의 제동을 뛰어넘어 베이징 접촉이 성사된 것 자체가 이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이와 관련, 중국측이 문제가 된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한 마카오 당국의 자체 조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 조사결과가 결국 북미 양측에 대한 중재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마카오 등 현장을 거쳐 22일께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미 재무부 관리 및 수사요원들의 방한 결과도 주요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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