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묻는다. ‘아침 거미는 기쁨이고, 저녁 거미는 도둑’이란 말을 들었는데, 왜 그러냐는 것이다. 글쎄.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자료를 찾아보니 예부터 집안에 거미가 나타나는 시간에 따라 길흉을 따지는 속설이 있으며, ‘아침 거미는 기쁨, 저녁 거미는 도둑’이란 말은 ‘서경잡기’에 나와 있다고 했다.
그런 말이 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어릴 때 시골에서 거미를 많이 보고 자란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산길로 학교를 다녔는데, 그 길엔 거미가 정말 많아. 소를 먹이러 가는 산에도 거미가 많고. 크든 작든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거미를 볼 때마다 징그럽다는 생각만 했지, 기쁨 같은 건 느끼지 못했어. 얼굴이나 머리에 거미줄이 닿아도 기분 나쁘고. 그래도 아침엔 그게 눈에 보이니 피해서 갈 수가 있지. 그렇지만 저녁과 밤엔 산길에 거미줄이 쳐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피해갈 수가 없잖아. 얼굴에 거미줄이 척하고 와 닿는 기분도 나쁘고.”
이야기를 듣는 동안 아이도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데 지금 거미들은 다 어디에 가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을까. 생각하니 꼭 미워할 존재들도 아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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