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45년 전 설립된 대한가족계획협회는 3자녀를 3년 터울로 낳아 35세 이전에 단산하자는 ‘3·3·35 운동’을 전개했다. 1970년대엔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폭발”이라며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더니, 80년대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고 했다.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은 대성공을 거뒀다. 61년 가임여성 1인당 6.1명이던 합계출산율이 83년부터는 인구 대체수준인 2.1명보다 낮아져 지금은 1.16명으로 급감했다. 그러자 대성공이라던 인구정책이 실패작으로 둔갑했다. 인구가 국력이고 저출산은 국가적 재앙이라며 정책을 180도 전환했다.
99년에는 대한가족계획협회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로 바꾸고, 결혼 후 1년 안에 자녀를 가지며 2자녀 이상을 30세 전에 낳자는 ‘123 운동’을 전개했다. “엄마 아빠, 혼자는 싫어요”라는 표어를 내걸고는, 부부 두 사람이 두 아이를 낳자는 ‘둘둘 플랜’을 전개한다. 지난 10일에는 현판을 또다시 인구보건복지협회로 바꿔 달았지만 사흘 만에 해당 웹사이트가 해킹 당했다.
불과 40여년도 내다보지 못한 인구정책은 얼마나 단견인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해온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못해 허망하기 그지없다. 자녀가 많은 가정은 온갖 불이익에 시달리게 하더니 지금은 갖은 혜택을 주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미혼모는 외면한다. 우리는 여전히 ‘고아 수출국’이고 낙태율이 세계적으로 높다.
인구가 아주 적은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위스 등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3~4배가 넘는 강소국들을 보면 인구가 국력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인구도 질이 중요하다. 사람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경제력이 기본이다. 국가경제가 성장하면 굳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수가 늘어나 출산여건 향상을 포함한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이 마련된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정책은 어떤가. 경제성장보다는 분배를 앞세우고 교육제도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에는 너무나 평균적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현실에서, 누가 아이를 더 가지고 싶겠는가? 더구나 2대가 함께 살기 거북한 아파트 위주의 주택정책은 저출산을 부채질한다.
출산 여부는 어디까지나 사생활에 속한다. 무위지치(無爲之治)라 했다. 정부가 간섭하면 실패만 거듭할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이 있다면, 젊어서 신나게 일하고 나이 들어 삶을 즐길 수 있는 사회기반을 만드는 일이 아니겠는가.
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