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LG카드 쟁탈전을 핵으로 하는 올해 시중은행 패권다툼의 전초전이 뜨겁다. 우리은행이 지난 14일 임직원 전진대회를 개최하면서 ‘토종은행’ 실행방안을 공식화한데 이어, 하나은행이 17일 보고서에서 ‘토종은행론=혹세무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이날 계열 하나금융연구소에서 작성한 ‘토종은행론 비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작년 말 제기한 토종은행론을 한마디로 ‘혹세무민식의 퇴행적 감성을 자극해 금융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로 규정했다. 우리은행 직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상당히 원색적 비판이다.
황 행장은 당시 “한국인이 과반수 소유하고, 한국인이 경영해야 토종은행”이라며 “우리은행에 수수료를 내면 88%(우리은행의 내국인 지분)가 국민에게 돌아가지만, 다른 은행에 내면 외국인 지분만큼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지분이 60~87%에 달하는 다른 은행을 싸잡아 몰아세웠던 것.
그러나 하나측은 이날 보고서에서 “수수료 등 매출의 대부분은 임금 등 영업비용에 사용되고, 10% 정도만 영업이익으로 남는데, 이것도 재투자를 위한 사내유보 후에 주주에 배당되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극히 일부”라고 반박했다.
하나측은 또 “자본의 국적을 가리는 논쟁은 남미의 포퓰리즘 정권이 경제 실패를 외국자본 탓으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고객을 사랑을 받음으로써 지역사회에 착근한 ‘토착은행’의 잣대로 은행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이어 “황 행장 주장이라면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삼성전자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라며 “감성적 애국주의에 호소해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주장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뜻 보면 무슨 이론적 논쟁 같지만, 이면에는 외환은행, LG카드 인수전과 얽히고설킨 계산이 깔려 있다. 은행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외환은행, LG카드 인수전은 향후 은행구도를 재편할 열쇠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토종은행론에는 외자 경계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십분 활용해 LG카드 인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하나은행이 토종은행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도 외환은행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 자체 자금력이 부족한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토종은행론과 함께 우리은행의 이름에 대해 법적인 소송을 제기한 것도 우리은행과 경쟁중인 LG카드 인수는 물론, 향후 우리금융 매각과정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한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할 경우, 미리 우리은행 이름에 흠집을 내놓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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