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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극 '변화의 바람'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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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극 '변화의 바람'을 타다

입력
2006.01.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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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극인들이 기지개를 켠다. 다양한 실험, 깊이 있는 현실 인식 등 형식과 주제에 걸쳐 올 한 해 연극판을 가늠케 한다. 실험을 기치로 내건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등에서 열리는 ‘2006 시선 집중 – 배우전’. ‘4인 광대들의 영웅 본색’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마당극의 유순웅, 마임의 고재경, 연극의 김정은ㆍ임형택 등 현재 연극계에서 기량을 입증 받은 배우들의 한판이다.

배우이자 연출가로서 마당극의 재주꾼으로 소문난 유순웅(43)이 ‘염쟁이 유씨’로 막을 연다. 평생 염을 하며 죽음과 맞붙어 살아 온 유씨가 마지막 염을 하며 입심 좋게 자신의 일생을 돌아다 본다.

염쟁이가 된 내력, 조폭 귀신과 놀던 일, 가족의 죽음을 두고도 산모를 염해야 했을 때의 낭패감, 아버지의 시신을 앞에 두고도 재산 문제로 티격대던 자식들 이야기, 돈에 눈이 먼 장의 대행 업체 이야기 등을 골계로 풀어 나가던 그가 객석을 내려친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어,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연출 박세환.(2월 9~12일)

다음으로는 연극 ‘레티스와 러비지(Lettice & Lovage)’가 기다린다. 잦은 실수로 해고돼 실의에 빠진 문화재 안내원 레티스(김정은ㆍ35)와 그녀를 해고한 로테가 러비지라는 칵테일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해 간다.

당장은 적이지만, 알고 보면 비슷한 사랑과 아픔을 갖고 있는 여인네들이 지상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갖고 있는 이 연극은 말하자면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연극 버전인 셈. 흔히들 ‘에쿠우스’의 작가로만 알려진 피터 셰퍼 작(16~26일).

이어 마임이스트 고재경(38)의 옴니버스 마임 무대가 기다린다. 나비가 꾸는 꿈을 몸짓으로 형상화한 ‘나비’, 가곡 ‘기다리는 마음’ 등을 배경으로 희망을 보여주는 동명의 무대 등 세 편이 기다린다.

연출 문삼화. 마지막 무대는 자유를 갈망하는 죄수들의 몸짓을 그린 아놀 후가드의 ‘아일랜드’. 구타와 노역만이 삶의 대가인 장기수들이 연극 ‘안티고네’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파격적 해석의 연출가 최용훈과 선 굵은 배우 임형택(39)의 만남이 기대를 모은다.(2월 2~5일)

이 기획 무대의 특징은 배우가 전면에 부각됐다는 점. 작품, 연출, 스태프 등 실제 작업에 필요한 모든 인력을 배우가 선택하게 한 이번 무대는 제작사나 극단을 중심으로 하는 연극 제작 관행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목ㆍ금 오후 7시 30분, 토 4시 30분 7시 30분, 일 3시. (02)744-0300

극작과 연출을 겸하는 여류 연극인 이정하(35)의 ‘우리 오마니 살아 계실 때에’는 별난 맛으로 기대를 모은다. 6ㆍ25 전쟁 피난 길에 젖먹이 아들과 뜻하지 않게 헤어진 여인이 남한에서 새 가족을 일구며 살다, 마음에 묻어 둔 아들과 다시 만나기까지의 이야기.

한 여인의 고난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농축한 무대에,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정이 묻어 나는 잔잔한 대사가 씹을수록 맛이 난다. 극단 각인각색. 조주현 박은희 등 출연. 2월 7~19일. 별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다른 세편의 공연과 달리, 마당 세실극장에서 열린다. 화~목 오후 7시 30분, 금~일 4시 30분 7시 30분.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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