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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금 만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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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금 만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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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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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설립된 것은 1968년이지만 ‘반도체 왕국’ 신화는 1978년 8086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개발돼 이 칩이 IBM의 최초 PC에 장착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80286(82), 80386(85), 80486(89) 등 우리나라 PC 1세대에게 익숙한 후속제품이 이어지면서 인텔 칩은 PC산업의 표준으로 자리잡는다.

아이러니는 혁신에 열중한 바로 이 시기에 인텔이 결정적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일본 D램업체들의 메모리 덤핑공세와 마이크로칩 시장에 범람한 복제품을 가볍게 봤던 까닭이다.

▦고든 무어 등과 함께 인텔을 창업한 앤디 그로브는 여기서 기업사에 길이 남을 역발상을 내놓는다. 1억달러를 들여 인텔칩을 브랜드화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칩을 컴퓨터회사에 파는 B2B업체가 무슨 브랜드 홍보냐”는 안팎의 비판이 줄을 이었으나 그로브는 마케팅 전문가 데니스 카터와 함께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1993년 마침내 오늘날 만국공용어처럼 된 ‘intel inside’ 로고가 탄생하게 된다. 그에 앞서 특허를 취득한 ‘펜티엄’시리즈에 부착된 이 로고의 가치는 인텔의 한 해 매출과 맞먹는 300여 억달러로 세계 5위다.

▦인텔이 올 초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또 한 번의 대변신을 선언했다. 변화는 고문으로 물러난 그로브 대신 작년 5월 비이공계 출신으로 처음 CEO에 선임된 폴 오텔리니가 주도했다.

핵심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기능과 속도 개선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 모바일, 디지털 홈 등 플랫폼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텔은 기존의 로고와 회사 모토를 과감히 내던졌다. 오늘의 영광이 내일의 번영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새 로고의 문구는 ‘intel, Leap ahead’ 로, 우리말로는 ‘intel, 지금 만나는 미래’로 표현됐다. 흥미로운 점은 로고 교체작업을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영입된 최고 마케팅책임자 에릭 김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새 로고에 대해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간단한 표현’이라고 말한다.

그로브가 주창했던 기업모토 ‘Only the paranoid survive(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를 ‘Praise in public, criticize in private(칭찬은 공적으로, 비판은 사적으로)’로 바꾼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복적인 열정보다 지속가능한 열정이 중요한 때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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