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도 연예인 못지않은 ‘끼’를 발휘하며 대중스타로 떠오르는 시대다. 이런 흐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지만, 프로그램 진행자에 연예인 등 외부인의 진출이 늘면서 아나운서 고유의 영역이 좁아진 현실을 반영한 생존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MBC 아나운서들은 KBS, SBS 등 경쟁매체에 비해 이런 흐름과 거리를 두어왔다. 좋게 말하면 전통적 역할에 충실한 것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그런 MBC 아나운서국이 웹 매거진 ‘언어운사(言語運士)’를 창간하고 오락 프로그램 출연도 고려키로 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창간한 ‘언어운사’(ann.imbc.com)는 아나운서들의 진솔한 모습, 방송 뒷얘기와 더불어 우리 말과 글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 매거진. ‘언어운사’는 아나운서와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차용한 조어로, 시청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되 ‘바른 말ㆍ글 길라잡이’라는 고유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MBC 아나운서국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담고 있다.
‘언어운사’는 화제의 아나운서를 집중 조명하는 ‘아나운서 여겨보기’, 방송에서 볼 수 없는 감춰진 얘기를 들어보는 ‘아나더월드’, 아나운서 지망생을 위한 ‘아나운서 되기’, 방송 언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우리말 대학’ 등 코너로 꾸며진다.
손석희 아나운서국장은 이날 오전 열린 창간기념식에서 “홈페이지를 통한 일방적 정보전달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 시청자들에게 정보와 흥미를 동시에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국장은 또 아나운서의 오락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일회성으로 망가지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면 권장할 만하다”며 “MBC 아나운서국이 오락 프로그램을 배제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아직은 원론적인 견해 피력이지만, MBC 아나운서국이 그동안 오락 프로그램 출연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권장’이라는 표현만으로도 변화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
아나운서의 위상을 한껏 추켜세운 최문순 사장의 치사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나운서들은 시청자들과 직접 호흡하고 때로는 ‘PD수첩’ 때처럼 억울하게 욕을 먹기도 하는 MBC의 대표”라면서 “웹 매거진을 통해 시청자와 더 가까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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