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커뮤니티 문화의 천국이다.” 몇 년 전 미국 일간지가 우리 나라의 인터넷 트렌드를 표현한 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만 해도 700만 개가 넘는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최근에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단순한 사교모임을 넘어 마케팅 수단에서 신기술 검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최신 정보기술(IT) 제품이나 개봉을 앞둔 영화의 경우,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평가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 젊은 생명 과학자들이 주축이 된 ‘브릭’이라는 커뮤니티가 줄기세포 진위 논란의 진원지가 돼 커뮤니티의 역할이 새삼 부각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SW) 산업에서도 개발자 커뮤니티의 역할과 중요성이 새롭게 조명될 필요가 있다. SW 개발자 커뮤니티는 개발자 사이에 실시간 정보 교류와 의사소통이 진행되는 또 다른 시장이다. 실제로 개별 업체에 소속된 개발자들도 특정 프로젝트 개발시 어려움에 부딪히면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한다. 또 많은 미래기술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 국가 차원에서 집중 투자할 것인지를 검증하는 일도 커뮤니티가 존재할 때 합리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나온 기술들이 IT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기업이나 정부의 커뮤니티 지원전략이 미흡한 것 또한 사실이다. 오히려 SW 커뮤니티들이 외국 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정이다.
산업육성의 궁극적인 결과는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부가가치를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SW 산업의 경쟁력도 개발자들이 경쟁국의 종사자들에 비해 얼마나 실력이 있는가에 따라 판가름 난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정책과 산업의 교량 역할을 하는 구심점이자 SW산업의 심장이다.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것이 SW기술강국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임을 되새겨야 할 때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