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A씨는 지난해 1월 엉뚱하게 영등포구치소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요청한 정보는 수용자 신앙생활에 관한 지침, 수용자 열람도서 관리규정 등 구치소 내 생활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들이 상당수였다.
영등포구치소는 대부분을 공개했지만 A씨는 전부 공개하라며 같은 해 2월 영등포구치소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A씨는 이뿐 아니라 서울구치소장, 법무부장관, 영등포교도소장을 상대로 연이어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냈고 심지어 지난해 2월 부산교도소로 이송되자 서울구치소장과 부산교도소장을 상대로 이송처분 취소 청구소송까지 냈다.
하지만 A씨는 3,4개월 뒤에 소송을 모두 취하했고 영등포구치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만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낸 뒤 항소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의 한 판사는 “A씨에게 ‘생활과 큰 관련이 없는 지침을 왜 굳이 알려고 하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그냥 궁금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줄소송을 내고 있다. 구치소와 교도관들을 상대로 한 고소ㆍ고발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자신과 큰 관련이 없는 엉뚱한 것들이거나 각하될 것이 뻔한 무리한 내용이어서 교정 당국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재소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2003년 54건, 2004년 65건, 지난해 83건 행정소송을 냈다. 민사소송도 2003년 65건, 2004년 98건, 지난해 112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행정소송의 경우 소송을 취하하거나 각하되는 비율이 70%이상이고 선고를 받더라도 승소하는 경우는 1년에 1, 2건에 불과하다. 민사소송 역시 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소자들이 이렇게 뻔히 각하되거나 패소할 소송을 내는 이유는 뭘까. 법원 관계자는 “소송을 내면 법정에 나갈 수 있어 잠시나마 교도소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 부산교도소로 이송된 후에도 5~10분 정도 소요되는 소송을 위해 3차례나 교도관들과 서울행정법원까지 왔다.
생활에 불만이 생길 경우 항의 표시로 소송을 낸다는 해석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도소나 구치소 생활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100~200건씩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까지 낸다”고 말했다.
교도관들을 무작정 고소ㆍ고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짐작되고 있다. 재소자의 고소ㆍ고발은 2003년 310건에서 지난해 558건으로 늘었지만 검찰의 수사결과는 2003년 기소유예 1명, 선고유예 2명, 2004년 기소유예 4명에 그쳤고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지난해에는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소ㆍ고발의 남발로 교도관들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등 업무에 지장이 적지 않지만 소송이나 고소ㆍ고발을 막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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