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을 이틀 앞둔 17일 부산 신항(BUSAN NEW PORT).
부산 강서구 송정동과 경남 진해 용원동 일대에서 둘러본 신항은 한마디로 천지개벽의 현장이었다.
신항이 자리잡은 곳은 남쪽으로는가덕도, 서쪽으로는거제도를 비롯해 송도와 연도가 남해의 거친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천혜의 항만. 불과 3년여 전만해도 갯벌이었고 전형적인 어촌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않을 정도이다.
녹산산업단지를 지나 신항으로 가는 가락 IC 등 주요도로는 벌써부터 곳곳에 교통경찰이 배치돼 있었다.
19일 개장식에 대비해 교통시스템과 안전대책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멀리서도 신항의 랜드마크인 골리앗 크레인이 금세 눈에 띄었다.
부두안벽에 설치된 9기의 푸른색 골리앗 안벽 크레인은 바다를 향해 버티고 서서 쉴새없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흡사 거대한 공룡이 먹이를 먹는 장면 같다.
크레인 한 개 무게가 1,700톤이 넘고 높이가 70여m 로 30층 가까운 크기이니 그럴 만도 하다. 육중한 몸은 1시간에 컨테이너 35개를 올리고 내릴 수 있다고 한다.
2003년 여름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때에는 부산 북항의 골리앗 크레인이 무너졌던 적이 있어 신항 크레인은 초속 50~60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주변에는 야드 크레인, 야드 트랙터 등 100여대의 각종 장비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신항 직원들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긍지가 역력하다. 한 직원은 “운영 및 하역장비 성능은 스피드나 처리능력에서 세계 최고입니다. 장비가 고장나면 직접 조종하는 직원보다 기계가 먼저 감지해 사후처리까지 해 줍니다.”
하지만 완공된 3개 선석을 제외하고 공사중인 다른 지역은 아직 뻘건 맨 살을드러내놓고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차량이 다니는 주요 통로는 아직 포장도 되지 않아 트럭이 지날 때마다 먼지가 뿌옇게 일어난다.
신항 입구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가덕도 북쪽 토도와 호남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두 섬 사이 해역은 초대형 컨테이너선박들이 입·출항하는 통로이다.
두 섬 간의 거리가 300m 에 불과해 안전항로 확보를 위해 한때 섬을 없애는 것까지도 검토되기도 했다.
영영 못 볼 뻔한 섬이라서 그런지 소중하게 다가온다.
신항 개장을 바라보는 주민들도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해시 용원동한주민은 "그동안 삶의 터전이 공사장으로 바뀌면서 큰 피해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상권이 형성되면 살림이 펴지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안경한 부산신항만㈜ 사장은 “19일 개장식에는 한진 베를린호(5,500TEU)와 쿠웨이트UASC소속 3,800TEU·840TEU급 선박 2척 등 3개 선박이 접안한 뒤 간단한 하역 시범을 보일것”이라고 말했다.
안사장은 “통상 2~3년 단위로 편성되는 선사측의 선대운영계획에 따라 개장 물량유치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양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어 올해 80만TEU이상의 물량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지역경제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사비만 9조원…인천공항의 2배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와 함께 정부의 3대 국책프로젝트로 추진된 신항은 공사규모, 시설, 장비 등에서 각종 기록을 갖고 있다.
공사비만 해도 9조2,000억원(정부 4조2,000억, 민자 5조원)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들어간 5조901억원보다 2배에 가깝다.
공사기간도 1995년 실시설계에 이어 97년 착공, 2011년 완공때까지 17년이나 걸리는 대역사이다. 2013년까지 조성되는 부두야적장과 배후부지(517만평)는 여의도의 5배가 넘는다. 부산북항은 컨테이너부두, 일반부두, 감천부두까지 포함해도 52만평에 불과하다.
신항은 5만톤급 화물선이 입항할 수 있는 선석 25개 등 모두 30개를 갖출 예정이다. 이는 부산 북항(21개)보다 많지만 2011년 완공예정인 광양항(33개)보다는 적은 규모다.
하역능력(완공 기준)의 경우 신항은 804만TEU(1TEU는 약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광양항(933만TEU)보다 적고 부산북항(640만TEU)보다는 조금 많다.
또 갯벌을 컨테이너부두로 변모시킨 신항 건설에는 연약지반을 메우기 위해 모래 15톤 화물차 981만여 대 분량이 들어간다. 이 화물차들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2바퀴 반이나 돌 수 있다. 석재와 토사도 각각 15톤 화물차로 350만대 분량, 87만대 분량이 투입된다.
아울러 항로 수심을 16~18㎙로 유지하기 위해 국내화물차 1,332만대 분량인 1억659만5,212㎥를 준설했다. 모래를 빨아들이는 준설작업을 위해 하루 임대료만 1억7,000만원에 달하는 네덜란드선적대형 호퍼선이 국내 최초로 동원되기도 했다.
폭 600㎙ 규모인 야적장은 경쟁항만인 중국 상하이 양산항(1,000㎙)보다는 작지만 기존부산 북항의 2배에 이르며 부두 내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완벽한 온-독(On-Dock) 체제를 갖춰 부두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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