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모르게 당원으로 가입시켜 당비를 몰래 빼내온 열린우리당의 유령당원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경찰이 이 당의 서울시당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정당 사무실을 직접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 조치다. 당장 한나라당이 야당을 표적으로 삼기 위한 수순으로 간주, 미리 경계하고 나섰고, 여당 쪽 역시 정치 영역에 공권력이 밀고 들어오는 데 대해 의구심을 거둘 수 없는 입장이다.
정치권이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일견 일리가 없지 않다. 민주주의 아래 정당활동의 자유와 정당자치에 관한 당원들의 권리는 헌법이 보호하고 보장하는 독자적 영역이다.
때문에 정당 내부의 공직 후보선출과 관련한 분쟁에 대해서는 사법적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사법적 개입이 불가피하더라도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대법원 판례에도 명시돼 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이런 원칙론으로만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선거 후보 경선은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요란하게 내세웠던 정당개혁의 한 상징이었고, 문제가 터진 곳이 바로 여기였기 때문이다.
근근이 살아가기에도 힘겨운 영세지역 65세 이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가짜 당원으로 등록시켜 놓고 매달 당비를 빼갔다는 것이 이 사건인데, 이는 범죄 치고도 파렴치한 범죄다. 이에 비하면 당비를 대납해 준 것은 애교에 속하지만 이 역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열린우리당은 소위 기간당원제 도입을 두고 개혁의 간판 업적인 양 선전해 왔지만 그 이면에 이런 치부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렇게 조작된 불법 당원이 수 십만 명이나 될 것이라니 유권자에게서 훔친 돈으로 국민에게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이런 구태에서 자유로울 리가 없다. 정권을 상대로 야당탄압이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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