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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어머니가 떠놓은 정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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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어머니가 떠놓은 정한수

입력
2006.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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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우물은 여러 집이 쓴다. 어릴 때 우리 집 앞 우물도 다섯 집이 썼다. 정한수는 그런 동네 우물에서 다른 사람이 긷기 전 제일 먼저 나가 퍼올린 우물물을 말한다. 멀리 대처로 공부를 하러 나간 아들을 위해, 또 돈 벌러 간 아들을 위해, 군에 간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남들 다 자는 꼭두새벽에 우물에 나가 정한수를 길어 온다.

먼저 우물에 한번 절을 올린 다음, 조심스럽게 물을 길어와 그 물을 하얀 사발에 가득 담아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천지신명께 치성을 드린다. 이런 모습은 소설에도 나오고 노래에도 나온다. ‘전선야곡’ 가사 중에도 ‘정한수 떠다놓고 이 아들 공을 비는 어머님의 흰머리가 눈부시어 울었소’ 하는 대목이 있다.

원래는 정한수가 아니라 ‘정화수’인데 발음도 비슷하고,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 잘 되기만을 비시는 어머니들의 눈물과 정한까지 더해서 ‘정한수’로 굳어진 게 아닌가 싶다.

나도 어릴 때 어머니가 장독대 위에 떠놓은 정한수를 자주 보았다. 형들이 군에 가 있을 때에도 그랬고, 자식들중 누가 몸이 아파도 그랬다. 흰 사발 속에 담겨 있는 정한수를 보면 그 속에 하늘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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