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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委가 민원해결委?

입력
2006.01.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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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번호판이 ‘허’자로 시작해 허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놀림을 받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바로잡아 주세요.” “얼굴이 험상궂게 생겨 불심검문 때마다 저만 걸립니다. 인상을 보고 차별하는 경찰관들을 인권위에 고발합니다.”

인권위가 2001년 출범한 후 인권침해나 차별에 대해 전향적인 권고를 잇달아 내놓자 국민들이 가슴 속에 쌓였던 각종 억울함을 인권위에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진정 내용 중에는 무리한 주장들도 상당수다. 마치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최초의 문민 대통령에 대한 기대로 인해 사소한 민원들까지 모두 청와대로 몰리던 상황과 흡사하다.

인권위 상담센터 관계자는 16일 “국가보안법 철폐 등 굵직한 주제뿐 아니라 여학생 생리결석, 크레파스 색깔 명칭 같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권위가 각종 인권침해를 지적하자 국민들이 인권위를 권리구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초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상담센터에 접수된 8,262건의 진정 가운데 상담 후 정식으로 진정접수 처리된 것은 3.1%인 257건에 불과하다”며 “이 중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진정인의 강력한 희망에 의해 받아들인 것도 절반 정도나 된다”고 설명했다.

진정 중엔 렌터카 번호판을 바꿔달라는 것처럼 진정 내용이 이유 없다고 판단돼 각하되는 사례가 많다. 피해가 인정돼도 인권위의 조사대상이 아닌 경우가 상당수다. 국민들이 인권위를 새로운 ‘신문고’로 인식하면서 경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할 부분까지 인권위에 진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중동포 A(여)씨는 “서울 강남지역의 부잣집에서 3개월간 파출부 일을 했는데 돈 한푼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며 상담센터를 찾았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A씨는 하소연을 해볼 만한 곳이 인권위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A씨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인권위법 32조에는 ‘사인간의 침해에 대해 진정한 경우에는 그 진정을 각하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는 국가 인권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구제하는 기관”이라며 “국민들이 인권위의 역할을 너무 광범위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이 인권위를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국가기구’로 인식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정신지체인 전문상담원 확보 등 상담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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