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인 최우영씨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는 대한민국이 납북된 국민에 대해 얼마나 무심한가를 다시 알게 해 준다. 그의 아버지인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씨는 1987년 1월 15일 서해에서 납북됐지만, 북한은 그런 사람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었다. 북한은 그렇다 치고, 그러면 대한민국은 그 동안 무엇을 했던가.
최씨의 편지에는 “대한민국은 국민 최종석을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십시오. 올해 어버이날에는 제게도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 있는 아버지가 곁에 계셨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라고 씌어 있다.
지난해 10월 최씨가 일간지 광고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은 배달될 수 없는 편지였다. 이 애절한 글에 대한 북의 메시지에 절망할 수 밖에 없었던 최씨는 임진각의 소나무에 노란 손수건 400여장을 매달아 놓고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2000년 6월엔 김대중 대통령 앞으로 “햇볕정책의 수혜자가 되고 싶다”는 편지도 보냈다. 그러나 17세 소녀가 36세가 될 때까지 그의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동진호 선원 12명 가운데 이산가족상봉을 통해 4명이 가족을 만났고, 최종석씨 등 3명의 생사가 확인됐다. 그러나 북측에 송환요구를 해 달라는 가족들에 대해 정부는 기약없는 기다림만 주문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인권 차원에서 비전향 장기수들을 북으로 보냈다. 북한은 일본에 납북 당사자는 물론 그의 가족들까지 돌려 보냈다. 최근 수년간 남북관계가 악화하거나 뒷걸음질 친 징후는 없어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납북자 송환에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여전히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밝혔다. 북한 내부의 인권을 거론하자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당연히 보호하고 구제에 나서야 할 우리 국민에 관한 일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 한 사람의 인권이 국익보다 우선하는 시대라는 최씨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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