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하며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짐바브웨 독재 정권의 힘을 키워주는 것은 다름아닌 미국 사냥꾼들이다.
뉴스위크 최신호(23일자)는 미국 전문 사냥꾼들이 짐바브웨로 사냥 여행을 떠나면서 돈을 물 쓰듯 쓰고 있으며, 이 돈이 서방의 제재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로버트 무가베 정권에 짭짤한 수익을 올려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짐바브웨 남서부 하왕게 국립공원 인근 지역이 문제의 사냥터다. 이곳은 사자 코끼리 표범 아프리카물소 무소 등의 서식지로, 전문 사냥꾼들에게는 ‘꼭 한 번 가봐야 할’ 명소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 가장 큰 사냥꾼 모임인 ‘국제사파리클럽’은 매년 이곳에서 친선 사냥대회를 열고 있는데 올해는 다음 주에 행사를 갖는다.
사냥터의 대부분은 무가베 정권 핵심 인사와 여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연합_애국전선(ZANU-PF) 주요 인사, 그리고 무가베 친인척 소유다. 1980년 정권을 잡은 무가베 대통령은 2000년 ‘토지 재분배’라는 이름으로 백인 농장을 점거하고 땅을 빼앗아 흑인 소작농에게 나줘 줬다. 이 와중에 정권 핵심들은 국립공원 인근 지역 등 알짜 땅을 차지했다.
땅 주인인 무가베 정권 인사와 미국 사냥꾼들은 척척 호흡을 맞추고 있다. 땅 주인들은 사냥 금지지역인 국립공원까지 사냥꾼을 안내하고 있고 특이한 사냥감을 획득한 사냥꾼들은 더없이 뿌듯해 하고 있다.
야당과 환경단체는 “독재 정권을 배불리는 것도 모자라서 환경까지 파괴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지만 대리인을 앞세워 호객 행위를 하는 땅 주인이나 사냥꾼들은 “그런 적 없다”고 버티고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영연방에서 파견한 선거 감시단을 내쫓고 야당 정치인을 무차별 구속, 감금하면서 악명을 떨친 무가베 정권은 최근 언론통제법을 통과시키는 등 독재 체제를 강화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해 1월 “야당과 반체제 인사를 폭력적으로 탄압한다”며 짐바브웨를 북한 쿠바 이란 미얀마 벨로루시와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로 지목했다. 짐바브웨와의 수출입 금지는 물론 무가베 정권과 무역하는 기업, 개인에게 벌금 25만 달러와 징역 10년형이라는 강력한 철퇴를 내렸다. 이로 인해 짐바브웨 경제는 만신창이 상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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