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후 발트해에 버려진 나치의 화학무기가 러시아와 독일간에 연결될 대형 프로젝트인 북유럽가스관(NEPG) 공사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1946~47년 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군은 독일로부터 30만 3,000톤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몰수했다. 영국 미국 러시아는 엄청난 환경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는 화학무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다 대서양 깊은 바다에 수장키로 합의했다.
영국이 4만 2,000톤, 러시아가 3만 5,000톤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미국의 몫이 되었는데, 3국은 화학무기를 실은 배를 대서양까지 몰고 나가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발트해를 투기장소로 선택했다.
특히 이들 국가는 독일에서 몰수한 무기뿐 아니라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것도 함께 수장했던 것으로 밝혀져 실제 발트해에 버려진 무기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발트해 밑바닥에는 이페리트, 루이사이트, 사린가스 등 총 14종에 달하는 화학무기가 가라앉아 있어 ‘나치 화학무기의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는 상태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이 화학무기가 말썽 많은 우크라이나 등을 거치지 않고 발트해를 통해 곧바로 서유럽까지 가스를 공급하려던 러시아의 계획에 장애물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독일은 지난해 9월 페테르부르크 비보르크에서 출발해 발트해를 지나 독일 그라이프스발트까지 연결하는 총 연장 1,200㎞의 가스 파이프라인은 2010년까지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환경론자들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에 앞서 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버린 화학무기가 60년이 지나 자기 발목을 잡은 꼴이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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