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이 아버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도 이루지 못한 일관 제철소 건설의 꿈을 실현하게 됐다.
16일 현대ㆍ기아차그룹에 따르면 충남도는 현대INI스틸이 일관 제철소 건설의 1단계로 신청한 당진 송산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승인했다.
현대INI스틸은 옛 한보철강으로부터 인수한 당진공장에 일관 제철소를 건립키로 하고 지난해 5월 당진군 송산면 일대 96만평에 대한 산업단지 지정을 충남도에 요청했었다.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아 철강 완제품을 생산하는 일관 제철소가 건설되면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자동차 강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대INI스틸은 약 5조원을 투자, 2011년까지 송산면 일대에 연산 700만톤 규모의 고로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올해 1호기 건설에 착공해 2010년 완공하고, 2호기는 2008년 공사에 들어가 2011년 준공키로 했다.
일관 제철소가 완공되면 현대INI스틸은 연간 1,700만톤의 생산 능력을 갖춰 현대하이스코 450만톤, BNG스틸 30만톤 등 그룹의 철강 계열사를 포함한 총 생산량이 2,180만톤으로 늘어 세계 6위(2005년 기준)의 철강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일관 제철소 건설은 정 회장의 강한 의지와 어떠한 어려움 있어도 돌파해 뜻을 이루는 ‘돌관(突貫) 정신’이 이뤄낸 또 하나의 역사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 회장은 2004년 10월 INI스틸 당진공장(옛 한보철강)을 인수한 후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자동차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고로 사업(일관 제철소)에 반드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예정된 게 아닌데다 그룹 내 반대를 무릅쓰고 나온 것이어서 충격을 줬다. 일관 제철소 건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1990년대 초반 추진하다 좌절될 정도로 난관이 많은 사업이다.
정 회장은 이후 일본 JFE스틸 최고경영진과 직접 면담하고 수시로 당진공장 현장에 내려가 사업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등 일관 제철소 건설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지난달에는 일관 제철소에서 사용할 원료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호주 BHP빌리톤을 방문, 2010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철광석 400만~500만톤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
결국 정 회장은 고로 사업 진출 선언 15개월만인 이날 충남도의 사업 승인을 받아냈다. 그룹 관계자는 “일관 제철소 건설은 전국적으로 생산 유발 18조3,000억원, 부가가치 창출 11조5,000억원, 고용 창출 12만9,000명의 경제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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