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압을 부르는 익명의 그늘에 숨지 않겠다.” “시위대부터 먼저 이름표를 달고 복면도 벗어라.”
‘명찰달기 공방’이 뜨겁다. 경찰이 15일 집회시위 안전관리 대책으로 전ㆍ의경의 진압복에 개인명찰을 달도록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입증 받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개별 표식이 없어 진압경찰이 과격진압을 쉽게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권력의 행사는 개인명의가 아니라 직무다” “이름이 알려져 고초를 겪게 될지도 모르는 전ㆍ의경의 인권은 누가 보호하느냐” “실효성 없는 대책이다” 등이다. 불만은 경찰 내부뿐 아니라 전ㆍ의경 부모를 중심으로 세를 얻고 있다.
논란은 한술 더 떠 책임 떠넘기기로 흐르고 있다. 시위 참가자가 집회신고 때부터 명단을 제출하라는 내용부터 시위대의 복면착용을 금지시키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마디로 ‘시위진압 실명제’ 전에 ‘집회참가 실명제’를 하라는 것이다. 결국 폭력시위의 원인이 누구의 책임이냐는 공방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문제의 핵심은 평화시위의 정착이다. 시위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에 “경찰 먼저, 집회 참가자 먼저”를 따지는 선후 논쟁이 있을 수 없다. 아직 검토 단계라 전ㆍ의경 인권보호 등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경찰의 의지표명은 수긍할 부분이 많다.
1999년 봄 경찰은 먼저 시위현장에서 최루탄을 쏘지 않겠다는 ‘무탄(無彈) 선언’을 했다. 고비도 있었지만 경찰은 이후 최루탄 사용에 대한 유혹을 견디어 왔고 시위대 역시 화염병 투척을 자제해 왔다. 그 성과는 양측뿐 아니라 현재 국민 모두가 누리고 있다. 시위진압 실명제 논란에서도 역시 ‘무탄무석’‘무석무탄’의 양보를 기대해본다.
고찬유 사회부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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