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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꺼지는 불에 기름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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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꺼지는 불에 기름 붓기

입력
200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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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는 불에 기름 붓기. 최근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장관 입각 등을 놓고 벌어진 당청간의 갈등과 비판적 여론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이같이 할 수 있다.

청와대가 유 의원의 입각에 대해 당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바꿔 입각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렸고, 그 상황에서 사립학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고 나섬으로써 유 의원 입각 문제는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윤태영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노 대통령이 일찍부터 유 의원을 천정배 장관, 정세균 의원 등과 함께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주목하고 이들을 키우기 위해 입각시켜 국정 경험을 쌓도록 할 계획을 세워왔다는 글을 올리면서 가라앉던 유 의원 문제는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개각에 이어 탈당시사 파문

이번 인사에 불만을 갖고 있던 소장파 의원들은 “대통령의 차세대 키우기는 이미 여러 차례 실패한 가설”이라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고 대통령이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여론의 융단폭격이 나타났다.

가라앉을 것 같던 유 의원 사태는 결국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세상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 주목할 것은 두 가지다. 우선 윤 비서관이 당시 상황에서 차세대 지도자 육성론을 들고 나온 것이 노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한 개인적인 돌출 행동이었느냐, 아니면 노 대통령의 의중을 실은 전략적 쟁점화였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기에는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다.

그러나 윤 비서관의 글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뒤에도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자신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고문, 유시민 의원의 나이 차를 상기시키며 “나이로 보면 정 지도자는 나와 6년 차이가 나지만 중진이 돼 있다”며 “정 지도자와 유 의원의 나이도 6년 차가 나는 만큼,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논리로 차세대 육성론을 다시 한번 옹호한 것을 보면 문제의 글은 상당히 노 대통령의 의중을 실은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유 의원 입각 문제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 비서관이 차세대 지도자 육성론을 들고 나와 꺼지는 불에 기름을 부은 이유이다.

사실 이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인데 이에 대해서도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노 대통령과 윤 비서관이 정치적 감이 없어서, 다시 말해 정치적 판단력이 부족해 이 문제를 잘못 들고 나와 잠잠해지던 유 의원 입각 문제를 긁어 부스럼 만든 경우이다.

또 다른 경우는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유 의원 입각 문제가 조용해지기보다는 계속 쟁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 점에서 유 의원 입각 문제를 계속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기 위해 차세대 육성론을 들고 나온 경우이다.

특히 유 의원 문제를 계속 사회적 쟁점으로 만드는 것이 유 의원을 여론의 주목을 받게 하고 차세대 내지 차차세대 지도자로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일부러 그렇게 했을 경우이다.

●유시민 키우기가 본뜻인가

사실 윤 비서관과 노 대통령의 차세대 육성론이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별로 우호적인 반응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이 같은 사실과는 별개로 이같은 논쟁을 통해 유 의원이 중요한 차세대 내지 차차세대 지도자 감이라는 인식을 많은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노 대통령의 진짜 노림수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같은 유 의원 키우기가 장기적으로 유 의원에게 보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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