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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선주자 인터뷰] (3) 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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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선주자 인터뷰] (3) 고건

입력
200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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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미래와 경제 연구모임’이 23일 발기인 회의를 한다는데 싱크탱크인가.

“나는 발기인 중 한 명일 뿐이다. 순수한 연구모임이다. 사회적 과제를 놓고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는 논의의 마당이다.”

_발기인들은 고 전 총리를 보고 참여한다고 하더라.

“그 분들이 그리 생각한다면…글쎄, 허허. 비정치적 연구모임이다.”

_언제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들어올 생각인지.

“국민 기대에 부응해 내가 짊어져야 할 시대적 과제를 구상하고 있다. 세계는 급변하는데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국민소득 1만 달러에 맴돌았다. 2015년이 되면 생산인구가 줄게 된다. 승부를 걸 시간은 10년밖에 없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기고 G10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게 미래 과제다. 내 역할에 확신이 서면 결단을 하려고 한다.”

_정치권은 지방선거 전에, 다른 쪽에서는 지방선거 후에 정치에 참여하라고 권한다는데.

“다양한 의견이 있다. 정치권은 일찍 나서야 한다는 쪽이다.”

_한 인터뷰를 보니 새 당의 창당도 고려의 범주에 넣고 있는 것으로 돼있다.

“어느 당에 입당하느냐, 신당을 창당하느냐는 물음에 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_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신당은.

(바짝 다가서 앉으며)“지금 범민주세력 또는 중도개혁세력 통합의 흐름이 있다. 이를 추구하는 분들과 상의해 구식 정치를 탈피하고 새 패러다임을 내세우면서 실용주의 리더십에 의해 국민에 봉사하는 그런 세력의 통합을 생각할 수 있다.”

_기존 정당의 문제는 뭐라 보는가.

“우리나라는 많은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청년실업, 양극화, 성장동력 저하 등 이런 문제들을 정치지도자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존 정당은 이념문제에 깊이 빠져있어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생을 돌보는 실용주의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_실용주의적 국민통합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고개를 끄덕)

_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이 지방선거 전에 연합, 고 전 총리를 내세우자는 의견이 있다.

“지금 특정 정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긴 곤란하다. 다만 일반론적으로 범 민주세력의 대통합이라던가 중도세력의 통합은 바람직하다. 우리 정치는 나눔이 아닌 나누기식 분열정치를 해왔다. 이제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_일각에서는“밥상 차려진 뒤 수저를 들고 오는 격”이란 지적도 나온다.

“나는 지금까지 국민밥상을 차리는데 정성을 쏟았지 내 자신의 밥상을 차려본 적은 없다.(웃음) 그러나 정치인들이 국민 밥상을 같이 차리자고 할 때는 같이 할 수 있다.”

_부인이 SBS와의 인터뷰에서 고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는데.

“집사람하고도 상의한 적 없는데 들킨 모양이다.”(웃음)

_신중한 행보 때문인지 최근 지지도가 주춤하는 것 같다.

“한국일보 등 언론에서 내 기사를 잘 안 써서 그런 것 아닌가.(웃음) 미상장 장외주식이란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국민 지지는 인기가 아니라 공인으로 일해온 세월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기에 다른 정치인들과 조금 다르다.”

_최근 상승세를 타는 이명박 서울시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자수성가한 경영인으로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었다.”

_두 번 서울시장을 했다. 당신의 업적은 무엇인가.

“1989~90년 임명직 시장 때 제2기 지하철 5~8호선을 기획, 예산을 확보했다. 민선 시장 때인 2002년까지 모두 완공했다. 또 2002 월드컵을 위해 난지도를 생태공원으로 완성했다. 연간 50억원의 흑자를 내는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으로 서울시의 부패를 없앴다. 유엔이 이 시스템을 각 나라에 수출할 정도다.”

_현안에 대해 묻겠다. 논란이 많았던 1ㆍ2 개각을 어떻게 보나.

“국민이 기대하는 건 통합의 리더십인데 이번 인사는 그렇지 않다. 정상적인 인사시스템이라면 자질을 갖춘 인사들을 복수로 인선, 위원회에서 비교 심사해서 내정해야 한다. 그런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는 개각이었다.”

_정치인과 청와대 출신 등 노 대통령과 관련있는 인사들이 내각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자기와 특수관계가 있는 사람에 대한 논공행상식 인사는 졸업할 때가 됐다. 국민적 공감대는 있어야 한다.”

_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논리에 대해선.

“고유권한은 인정하지만 시스템 인사가 돼야 한다.”

_청와대는 유시민 의원의 장관 내정을 차세대 육성론으로 설명하는데.

“차세대 지도자는 국민 검증을 거쳐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육성되는 것은 아니다.”

_개정 사학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학의 투명성과 자율성이 조화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데 그런 협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법이 통과돼 지금의 일이 발생했다. 정부와 사학재단, 여야간 협의가 필요하다.”

_무엇이 자율성 침해 조항인지.

“선진화된 규제라면 개방형 이사를 강제하지 말고, 투명성 확보를 위한 이사진 구성 때는 인센티브를 주는 긍정적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_고 전 총리가 주창하는 창조적 실용주의란.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난 실용주의적 리더십, 분열이 아닌 통합의 리더십이다.”

_본인의 이념적 좌표는.

“보수라고 보면 개혁적 보수, 진보라고 보면 합리적 진보이다. 문제는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고 국민을 위해서 뭘, 어떻게 혁신하느냐 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개혁적인 실용주의자다. 시장경쟁원리는 존중해야 하나 공정성이 더해져야 한다.”

_세계 지도자에서 모델을 찾자면.

“중도 통합적인 리더십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있다. 또 중국 덩샤오핑(鄧小平)도 포함된다.”

_성장과 분배에 대해서는.

“성장과 분배는 배치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지금은 분배를 위해서라도 성장에 역점을 둬야 한다. 분배에 비중을 둔 이후 오히려 사회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양극화를 극복한 나라의 경우 우선 서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 성장이 강조됐다. 그리고 교육 고용 복지를 연결하는 사회안전망의 설치가 중요하다.”

_요즘 시위문화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

“폭력적 시위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공권력의 질서확립 의지가 확고히 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농민, 노조가 진정한 대화를 해야 한다.”

_북핵 문제의 교착을 이유로 미국이 대북 압박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지 않는 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한미공조를 통해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6자회담과 금융제재 문제는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_지금 한미관계를 평한다면.

“표면적으로는 좋은데 내면적으로는 강정구 교수 사건, 맥아더 동상 훼손 등으로 오해가 있다. 긴밀한 소통, 끈끈한 유대는 약해진 것 같다. 정부와 국민 모두 노력해야 한다.”

_중국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미중간 갈등도 예상되는데 우리의 선택은.

“중국은 제1의 교역국이고 투자국이다. 북핵 문제에도 중국의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한반도 전쟁을 억제하는 한미동맹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한미동맹을 축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우호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 포인트/ 지방선거 후 정계 진입 시사

고건 전 총리의 고민은 정치권 진입시기다. 그는 집요한 질문에 딱 부러진 대답 대신 "주변과 상의 중"이란 애매한 말로 비켜갔다. 지방선거 이전의 본격적인 활동에 대해선 "정치권에서는 좀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는 말로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의 답을 했다. 대신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 구도, 새 정당의 창당, 범민주세력의 통합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답했다. 정치권 진입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사실 민주당이나 국민중심당 주변에는 그를 간판으로 지방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 퍼져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무관한 주변 인사들은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이 불가피하고 그 때 큰 판을 꾸리는 게 명분이나 실리면에서 낫다"고 조언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으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지역주의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가 인터뷰 내내 통합의 정치, 범민주세력의 통합, 통합적 실용주의 리더십을 강조한데서도 그런 의중이 읽히고 있다.

특히 기존 정당의 입당보다는 신당 창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고 전 총리가 "기존 정치권, 지도자들이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나누기식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데서도 새로운 정치세력의 규합 의지가 드러난다. 속내를 아예 드러내지 않던 예전에 비해서 이날 인터뷰 군데군데의 행간에는 그의 구상과 의중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약력

▦서울(68) ▦경기고ㆍ서울대 정치학과 ▦전남지사 ▦12대 국회의원 ▦교통ㆍ농수산ㆍ내무부장관 ▦22대, 31대 서울시장 ▦30대, 35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정리=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인터뷰= 이영성 부국장 대우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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