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2ㆍ18 전당대회의 초반 관전 포인트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확실한 개혁’을 내세운 김근태 고문이 당권파의 실용노선에 연일 창을 던지고 정동영 고문이 방패로 막으면서 받아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이 벌이는 공수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전당대회 조기 과열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15일에도 두 고문의 신경전은 불꽃을 튀겼다. 김 고문이 “실용은 실패했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정 고문은 “부질없는 이념 논쟁에 매달리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 고문은 이날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2년, 당이 해바라기처럼 표만 따라 다닌 2년을 땅에 묻자”며 “당원들의 자부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당권파에게 다시 당을 맡길 수 없다”고 소리를 높였다.
정 고문은 이날 충남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가 비판과 이념의 논쟁으로 얼룩지지 않는 플러스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외쳤다. 김 고문의 공세를 ‘네거티브 공격’으로 일축한 것이다. 정 고문은 특히 “내가 당 의장을 맡은 4개월간 당 지지율은 1위였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이 가장 날카롭게 부딪히는 지점은 당의 위기에 대한 당권파의 책임론 부분. 김 고문은 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우왕좌왕하다 실족한 것”이라며 “(당권파가) 주요 당직을 돌려가며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정 고문은 “남 탓 하는 집안보다 자기 탓 하는 집안이 잘 된다”고 짐짓 비껴 나갔다. 그러면서도 “정세균, 문희상, 이부영, 신기남 의장이 정동영의 수하였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당권파 덧씌우기는 정동영과 당원을 갈라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정치 선동”이라고 공박했다.
당 위기 해법을 두고도 두 사람은 치열하게 맞붙는다. 김 고문은 “승리하려면 당 노선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며 ‘선명한 개혁’을 강조한다.
그는 “정 고문이 이기면 포장지와 화장만 고치는 것이고 내가 이기면 제품을 바꾸는 것”,“국민에게 한 약속만 남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바꾸어야 한다”며 당권파 퇴진, 개혁파 등장을 주장한다.
이에 정 고문은 ‘실용’으로 맞서기보단 제3의 ‘융합론’으로 반격하고 있다. 그는 “실용과 개혁 논쟁 때문에 당이 망가졌다”며 김 고문의 노선 대결론을 “허깨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융합된 힘으로 당심을 모으려면 강력한 구심력이 필요하다”는‘강한 지도자론’을 펴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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