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최근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을 일간지에 기고해온 보수적 학자들을 격하게 비난했다고 한다. 그가 술을 마셨고 모임이 비공식 자리인 데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고위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잃은 표현들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물론 천 장관이 지목한 몇몇 보수 논객들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였다면 생각하기 힘든 ‘언론자유’를 누려온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천 장관이 이들을 “X도 모르는 작자들 4명이 신문을 돌아가며 말도 안 되는 칼럼을 올려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 “옛날 같으면 그런 사람들은 전부 구속됐을 것”이라고 막말을 한 것은 잘못이다.
논객들이 논리적 비판이 아니라 인격을 모독하는 감정적 글을 썼다면 이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다. 법무장관이 사석에서 저속한 표현들을 써가며 울분을 토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상고 나온 사람(노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표현도 부적절하다. 설혹 학력 차별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또 하나의 편가르기를 초래할 뿐이다. 지역적 차별을 자극적 표현으로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평소 점잖고 논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천 장관이 술자리라고 해서 절제의 안전장치를 풀어 버리고 아무 말이나 막 했다니 실망스럽다. 어느새 개혁 초심을 잃어버리고 정치인 출신 장관으로서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천 장관이 최근 법무부 홈페이지에 올린 공개 서신에서 검사 인사에 민의를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언뜻 국민의 뜻을 살피는 검찰상을 정립한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대중인기 영합주의 측면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천 장관은 이쯤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자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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