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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GS디지털방송㈜. 부스에서 TV를 켜기가 무섭게 쇼핑호스트의 숨가쁜 설명이 쏟아져 나왔다. 곧 이어 화면 우측 상단에 ‘GS티숍’(GS T-Shop)이라는 아이콘이 나타나면서, 서비스 이용을 원하면 리모컨의 빨간 버튼을 누르라고 재촉했다. 버튼을 누르자, ‘홈쇼핑의 미래’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T-커머스’(TV에 기반한 상거래)의 무대가 열렸다.
GS홈쇼핑은 한국디지털미디어센터(KDMC)와 손잡고 이 시스템을 개발, 지난달부터 서울 강서, 경기 안양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본 방송을 시작했다. 또 시스템운영(SO) 업체인 GS디지털방송㈜은 지난해 약 200억여원을 들여 시스템구축을 완료했다. 이 지역 케이블TV 시청자들은 월 2만 5,000원 정도의 사용료를 내고 디지털케이블방송에 가입하면, T-커머스를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사용법은 쉽고 재미있었다. 방송도중 T-커머스를 시작하면 먼저 화면 상단에 ‘방송상품가이드’ ‘쇼핑기획전’, ‘마이 홈’ ‘핫 이벤트’ 등의 메뉴가 나타난다. 방송상품가이드에서는 지난 15일간, 앞으로 7일간 방송됐거나, 방송될 상품에 대한 설명을 보고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또 어제의 히트상품, 주간 베스트상품 방송을 다시 시청할 수 있었다. 쇼핑기획전에서는 ‘설날세트모음전’ 등 방송에 나가지 않은 상품들의 기획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핫 이벤트에서는 쿠폰ㆍ상품권 증정 등에 대한 접수가 이뤄졌다.
현재 방송되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홈쇼핑보다 훨씬 쉬웠다.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대신 화면에서 시키는 대로 리모컨의 녹색버튼을 누르자, 미리 입력해둔 개인정보와 카드번호가 나타났다. 이어 카드 비밀번호 앞 2자리를 입력하기 무섭게 주문이 끝났다. 개인정보 등은 처음 디지털케이블방송에 가입할 때 이용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입력이 되고, 이후 수정이나 추가도 가능하다. 정말 주문이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이 홈’ 메뉴에 들어가자, 방금 주문한 제품이 ‘상품 준비 중’ 상태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이 모든 것은 리모컨 하나로 작동이 가능했다. 빨강, 녹색, 노랑, 파랑 등 색색의 버튼은 물건을 주문하기도 하고, 이전화면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제품의 자세한 설명을 보기도 하는 기능을 도깨비방망이처럼 착착 수행했다.
T-커머스 방송은 홈쇼핑에 인터넷쇼핑몰의 장점이 결합한 형태다. 방송시간을 놓치면 물건을 구입할 수 없는 홈쇼핑의 단점을 보완했고, 인터넷쇼핑에서는 부족한 생생한 제품설명을 더했다. 홈쇼핑업체들은 시간의 제약 탓에 하루 20여 개에 그치던 상품판매 방송을 최고 600개까지 늘릴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막대한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전국 300만 케이블방송 가입가구 가운데, 약 1%선인 4만여 가구만 디지털케이블방송에 가입한 상태여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관련 업계는 2010년까지 약 300만 가구, 1,187만명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홈쇼핑은 시장 확대에 대비해 관련상품 구매, 유사상품 비교주문, 경매, 상품평가 여론조사, e-마켓플레이스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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