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까지 걸 수 있는 ‘지독한 사랑’을 그리기에 TV 드라마는 그리 적절한 장르가 아니다.
‘드라마 폐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지만, 극장에 앉은 이상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영화와 달리, 먹고 자고 일하는 ‘일상’과 더불어 즐겨야 하는 드라마의 속성상 지독한 사랑에 대한 공감의 전제인 ‘지독한 몰입’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16일 첫 방송을 하는 MBC ‘늑대’(극본 김경세, 연출 박홍균)도 그래서 자칫 위험한 시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늑대’는 비교적 확실한 안전판을 마련해놓았다.
문정혁(에릭)과 엄태웅 두 톱스타를 기용한 것이다. 문정혁은 MBC ‘불새’ ‘신입사원’을 통해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고, 엄태웅은 1인3역을 멋지게 소화한 KBS ‘부활’을 통해 단박에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첫 방송도 나가기 전, ‘늑대’의 게시판을 가득 채운 5,000여건의 성원 글을 보면, 두 사람의 높은 인기도를 실감케 한다.
‘세상을 다 가졌어도 사랑을 놓치면 실패한 인생이 되고, 세상을 다 잃었어도 사랑을 가지면 행복한 인생이 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늑대가 된다.’
다소 거창한 기획의도를 내세운 ‘늑대’는 죽음을 앞둔 여주인공 지수(한지민)을 놓고, 천하의 바람둥이 대철(문정혁)과 철없는 재벌2세 성모(엄태웅)가 벌이는 지독한 사랑 싸움을 그린다.
작가와 연출자가 이야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갈지는 두고 볼 일이나, 불치병에 재벌2세까지, 식상한 코드를 동원한 줄거리보다는 두 스타의 매력 대결에 더 눈길이 간다.
문정혁과 엄태웅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차별화한 변신을 시도한다. 엉뚱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심어온 문정혁은 재벌 회장 세컨드부터 국회의원 부인까지 상류층만 상대하는 전문 ‘제비’로 등장한다.
반면 엄태웅은 ‘쾌걸춘향’과 ‘부활’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버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재벌2세로 변신한다.
두 남자를 사랑에 굶주린 ‘늑대’로 만드는 운명의 여인 지수 역은 ‘부활’에서 엄태웅과 호흡을 맞춘 한지민이 맡았다.
박홍균 PD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두 남자를 통해 과연 사랑이 무엇인지, 그 답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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