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간 쿠웨이트를 통치한 셰이크 자베르 알 아흐메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이 15일 79세로 타계했다.
쿠웨이트 내각은 이날 국영TV 중계로 발표된 성명에서 “알 사바 국왕의 사망으로 헌법 및 왕위 계승 법률에 따라 셰이크 사드 알 압둘라 알 사바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978년 후계자로 결정된 왕세자 역시 76세의 고령에다 수년 째 와병 중이어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왕세자가 왕위를 포기할 경우 총리를 맡고 있는 알 사바 국왕의 이복형제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 사바가 차기 국왕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77년 삼촌이던 셰이크 알 살렘 알 사바 전 국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알 사바 국왕은 인구 270만의 쿠웨이트를 석유부국으로 키워놓았다.
외교적으로는 친미파로 분류된다. 80년 이란_이라크 전쟁에서는 시아파 신정체제를 우려하는 미국의 편에 서서 이라크를 지원했다.
그는 85년 친 이란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암살공격, 90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사우디 아라비아로 망명하는 치욕을 겪고도 살아남았다.
쿠웨이트 침공은 후세인의 패권 야욕이 빚은 전쟁이었으나 알 사바 국왕이 미국의 저가 에너지 정책에 편승한 것도 전쟁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걸프만 왕정국가 중 최초로 선출직 의회제도를 채택하고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정치체제 개혁에 열의를 쏟았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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