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사태가 검찰 수사로 넘어가면서 공저자들이 치열한 책임 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존재하지 않은 줄기세포로 논문을 썼다는 조작 사실은 서울대 조사위원회에 의해 명백해졌지만 누가 시료를 바꿔치거나 데이터를 조작했는지 문제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연구원과의 전화통화까지 녹취, 언론에 공개했다.
DNA지문-다른 시료를 넘겼나, 데이터에 손댔나
황 교수는 지난해 12월26일 박종혁 연구원과의 전화통화에서“2004년 9월 미즈메디병원이 1번 줄기세포의 DNA검사를 의뢰하고, 2~3주 전 결과를 받았을 때 2004년 논문과 일치(공여자 A씨의 체세포라는 뜻)했느냐”고 물었고 박 연구원이 “그렇다”고 말했다.
KBS와 SBS는 황 교수가 녹취한 전화통화 내용을 제공받아 14일 보도했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바뀐 줄 몰랐고 DNA추출을 맡은 미즈메디 연구원이 의심스럽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전화 통화한 시점까지 1번 줄기세포가 복제된 것으로 알았고, 처녀생식이라는 사실은 지난해 12월29일 조사위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메디병원은 2003년 8~9월 서울대로부터 1번 줄기세포를 넘겨받아 1년여간 배양해 2004년 냉동했고 최근 서울대 조사에서도 모두 처녀생식 줄기세포 밝혀졌다.
2003~2004년 DNA 분석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장성분소 이양한 실장은 “당시 검사하고 남은 DNA시료를 최근 조사위에 제출해 검사했더니 역시 논문과 같게 나왔다”고 말했다.
만약 DNA시료를 넘기고 분석한 과정에서 조작되지 않았다면 남은 가능성은 DNA검사 결과를 받은 윤현수 한양대 교수가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04년 미즈메디병원에 교육받으러 온 서울대 학생들이 있었다”며 서울대 수의대팀을 의심했다. 윤 교수는 “나도 어떻게 DNA 데이터가 잘못 나왔는지 밝히고 싶어 며칠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논문 조작과 무관한 수정란 줄기세포
조선일보는 14일자에서 황 교수가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박 연구원이 “유영준 연구원이 자신의 정자로 수정란 배아를 만들어 박 연구원에게 전했다”는 말을 박을순 연구원으로부터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들은 황 교수는 “이 문제의 열쇠는 유영준이가 갖고 있다고 봐야 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유 연구원이 수정란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논문 조작과는 관계가 없다.
조사위가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1번 줄기세포의 DNA를 검사했지만 제3의 수정란 줄기세포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즈메디병원에 있던 1번 줄기세포는 모두 처녀생식 줄기세포였고, 황 교수팀이 갖고 있던 것은 미즈메디 5번 또는 처녀생식 줄기세포였다.
김선종 연구원은 오히려 “2005년 4월부터는 황 교수팀이 자체 제작한 영양세포를 사용했는데, 그 이후 제작된 줄기세포도 미즈메디의 줄기세포라는 점에서 황 교수측 주장(김 연구원에 영양세포 위에 미즈메디 줄기세포를 담아와 바꿔치기했다는 것)은 모순된다”고 서울대 조사위에 진술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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