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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위기의 가족 지킴이役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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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위기의 가족 지킴이役 '톡톡'

입력
2006.01.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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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재래시장에서 30여년째 작은 가게를 운영해온 60대 A씨 부부. 이 부부는 최근 가슴 속에 묻어뒀던 고민거리를 해결했다. 중학교 시절 급작스러운 발작증세로 학교를 중퇴한 뒤 20여년째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 딸(35)과의 관계회복에 성공했기 때문.

A씨 부부는 부모에 대한 반항심을 표출하는 딸이 고집스럽다고만 생각했고, 정작 딸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치료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고 남에게 내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사실상 수수방관 해왔지만 딸 이야기만 나오면 책임문제를 놓고 부부간 말다툼을 벌이기도 일쑤였다. 문제의 실마리가 풀린 것은 지난해 여름. A씨는 무료로 가정문제를 상담해주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 관한 소식을 접하게 됐고 이들은 반신반의하는 딸을 이끌고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가족학을 전공한 전문상담가에게 2개월 동안 상담을 받은 A씨 부부는 “가족의 이야기를 부담없이 전문가에게 털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가족간 오해가 풀린 만큼 이번 설에는 지금까지 한번도 못해봤던 딸과의 동반외출을 해볼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근 각 자치구에 들어서고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주민들의 가족문제 ‘해결사’ 로 자리잡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대학내 가족문제연구소, 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무료로 가정문제에 대한 상담ㆍ예방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부모 가족, 조손(祖孫)가족, 가정폭력에 노출된 가족 등과의 상담활동은 기본이고 가정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사회복지, 여성학, 가족복지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부부, 예비부부, 노인, 청소년 등 대상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재 서울 7개 자치구에 설치돼 있는 센터는 연말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에 모두 설립된다.

자치구마다 지역색을 살린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외국인이 많은 지역 특성에 따라 용산구에서는 상반기중 국제결혼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사회적 편견에 대처할 수 있는 ‘국제결혼가족의 부부사랑교실’ 을 개최한다. 동대문구의 경우 대학(경희대) 안에 센터가 있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대학내 중앙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을 찾아 둘러보는 ‘우리동네 역사바로알기’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강북구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이 주민들에게 재테크, 절세, 용돈관리, 상속 상담 등을 교육하는 ‘쑥쑥크는 가정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관악구는 3월부터 관내 청각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을 찾아가 사회성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아들과 부모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방문상담을, 서초구는 해외입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진미정(38)교수는 “기존의 사회복지관이나 주민자치행정센터의 프로그램 등이 단순한 오락, 교양 프로그램 위주라면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은 가족간 대화소통을 통해 정서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가정폭력, 저출산, 이혼 등 날로 심각해지는 가정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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