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상징은 ‘앞발을 치켜 든 사자’이다. 때문에 푸조의 최고급 세단인 ‘뉴 607’은 ‘사자의 왕’으로 불리는 차다.
풍채부터 예사롭지 않다. 고양이 눈을 닮은 날카로운 전조등 탓에 선뜻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 다른 푸조 모델과는 달리 뉴 607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것이 푸근하기까지 하다.
물론 그렇다고 절대 만만한 것은 아니다. 푸조의 ‘패밀리룩’(디자인만으로도 같은 브랜드의 차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디자인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유지하면서도 대형 세단만의 품격과 당당함을 갖췄다. 차 앞부분 그릴의 사자상이 이처럼 어울리는 차도 드물다.
그러나 이 차를 왜 ‘사자의 왕’이라고 하는 지는 겉모습 보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의 힘에서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배기량 3,000㏄의 휘발유 엔진 모델보다는 배기량 2,700㏄의 디젤 엔진에서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푸조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디젤 엔진’을 목표로 개발한 ‘V6 2.7 직분사 디젤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204마력과 배기량 5,000㏄의 가솔린 엔진을 능가하는 44.9㎏ㆍ㎙/1,900rpm의 최대 회전력(토크)을 구현했다. 엔진 회전수가 일상적인 운전시 쉽게 다다를 수 있는 1,900일 때 최대 토크가 나온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차는 최대 토크가 거의 경험하기 힘든 4,000rpm이상일 때 나와 제원표상의 기록에 그칠 때가 많다. 엔진 무게도 그라파이트 주철로 제작, 가솔린 엔진과 큰 차이가 없는 199㎏밖에 안 나간다. 급가속을 해 보면 이렇게 우람한 차가 순식간에 힘을 받아 내 달릴 수 있는 지 놀라울 뿐이다.
‘407’에서는 다소 불만스러웠던 흑백 소형 액정화면(LCD)이 컬러 대형 LCD로 바뀐 것도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디젤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인 연비가 ℓ당 11㎞에 그쳐 기대에 못 미친 점은 아쉽다. 차 안에 앉으면 엔진 소음이 거의 없지만 바깥에선 크게 들리는 점도 간혹 품격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판매가는 가솔린 모델이 5,980만원, 디젤 모델이 6,820만원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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