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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낡은 것에 싫증 내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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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낡은 것에 싫증 내는 한국인

입력
200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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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5년을 살면서 한국인들이 미국을 좋아하면서도 미국인을 적대시하는 강렬한 모습에 놀랐다. 아시아 어디에나 버거킹, 맥도널드, 던킨 도너츠, 웬디스, 파파이스 등을 볼 수 있다. 유럽에는 이런 패스트푸드점들이 거의 없다. 맥도널드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고속도로 휴게소나 기차역 근처에 맥도널드 등의 패스트푸드점을 지어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타협을 봤다.

반면에 한국 학생들은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럽 학생들도 미국의 역할에 대해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에게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거의 다 그렇다고 한다. 내가 가르쳤던 유럽 학생들과 대조적이다.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건물들을 보면 높게 더 높게 짓는데 목표를 둔 것 같다. 도시 중앙에 아파트가 가득하고 외곽에는 단독주택에 사람들이 산다. 유럽엔 도시의 오래된 건물들이 화재나 재난으로 무너지면 그 오랜 구조대로 복구하려 하고 적어도 옛날 건물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벽돌이 주로 사용되는데 고건축물 같은 재미난 분위기를 준다.

네덜란드에서 살 때 캐나다 손님이 왔다. 그 손님은 왜 저런 그림 같은 낡은 건물을 없애고 고층건물을 짓지 않는지 궁금해했다. 내 친구는 옆에서 듣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소름이 다 끼쳤다고 한다.

한국에선 도심뿐 아니라 도시 전체에 미국의 고층빌딩 풍경을 모방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시골에 고층빌딩이 필요치 않은데도 한국인은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한옥을 없애고 아파트에 사는 것은 성장인 것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데, 벽과 바닥 그리고 천장을 이웃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나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영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영어이름을 쓸 필요는 없다. 한국이름이 미국인들에게 기억하기 힘든 것은 알지만 그건 학생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영어선생이 고민할 문제다. 결국 외국인은 한국이름에 적응할 것이다. 네덜란드에 있는 대부분의 아시아인은 아무도 외국이름을 쓰지 않는다.

성장은 좋은 것이다. 한국은 낡은 가치와 전통에 질렸는지 떨쳐버리고자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미국인에게 한국의 가치 있는 생각과 전통을 보여줘야 하고 그것을 부러워하고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헨니 사브나이에· 네덜란드인·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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