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중추 지역의 하나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핵무기 개발 및 사용을 둘러싼 지역 내 국가들의 갈등이 미국과 연계되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미국에 의해 ‘악의 축’ 으로 지목된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미국은 용납하기 어려운 상태고, 인도는 핵무기와 관련해 미국의 우호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에 대해 미국은 아직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서아시아의 이란과 이스라엘에서부터 남아시아의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동아시아의 북한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은 핵 문제의 격전장이었다. 핵개발과 관련하여 두 개의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 및 동맹국들이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해 군사 목적이든 민간 목적이던 우라늄 농축을 금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또 하나는 미국이 인도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민간용 핵 사용에 관해 미국과 인도 간 양자 조약이 체결된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좌절시키기 위한 6자회담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일본도 2차 대전 전범국가로서 핵무기 소유금지와 대규모 상비군의 설치 금지라는 제약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9월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제소했고 이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문제로 논의됐다.
이란에 대한 비판 결의가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인도가 IAEA내에서 과거와 같은 비동맹국가로서의 태도를 포기하고 미국과 공동노선을 취했기 때문이었다.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중기준 적용은 남아시아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인도가 NPT 가입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보유를 인정했고, 미 의회에 대해 인도를 위한 예외조항의 설치를 강력히 요구했던 것이다. 양국은 군사협력을 주축으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인접 파키스탄을 자극하고 있다.
이란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에 민간 핵 원자로 및 경제원조 등을 제안했다. 물론 원자로의 건설이 평양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포기에 선행돼야 한다는 북측 요구는 거절했지만 말이다.
인도 델리 대학의 에친 베닉 국제정치학 교수는 “워싱턴의 핵 비확산의 ‘기준’은 자의적으며 차별적이고 일관성이 없다. 미국은 미국의 단기이익에 부합될 때 핵무기의 비확산을 이용하며,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핵무기 제조 기술을 확산시킨다” 라고 진단한다.
우려되는 것은 일본의 경우다. 일본은 서유럽에서 재처리된 다량의 플루토늄을 비축하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고속증식로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함이라고 하나 군사목적 전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일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탄도 미사일 방어 계획과 날로 강화되는 미국과 인도의 군사협력에 긴장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아시아는 두 개의 새로운 군비 경쟁을 목격할 수밖에 없다. 하나는 일본과 중국의 경쟁이며 다른 하나는 중국과 인도의 경쟁이다.
군비경쟁은 단순히 아시아라는 지역적 범위를 넘어선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고 거기에는 미국의 존재가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06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은 혼란과 불안정한 모습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프라풀 비드와이ㆍ인도 핵문제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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