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장관은 13일 검사 인사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숨은 인재를 찾아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검찰 내부에서는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검사가 인기나 여론에 흔들릴 수 있다"는 반론이 많았다.
"청탁성 음해성 의견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을까","법령을 고친 것도 아닌데 한번 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따랐다.
내놓고 말은 못했지만 이들은 정치인 출신 장관이 검찰 개혁을 핑계로 여론에 영합하려는 것 같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이렇듯 정치인 출신 장관은 정책이 편향됐는지, 정책이 본인의 입지와 관련이 있는지 남들보다 더욱 혹독한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그 점에서 12일 밤 천 장관의 술자리 발언은 신중치 못했다.
이날 1차 저녁을 마치고 옮겨간 술자리에 30여분 머물렀던 천 장관은 "X도 모르는 XX", "옛날 같으면 구속감" 등의 표현을 써가며 보수 칼럼니스트를 맹비난했다. 편한 자리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표현이 너무 거칠었다.
더군다나 그는 법을 집행하는 현직 법무장관이다. 그런데도 이미 발족한 과거사위원회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는 등 민감한 정치현안에 자기 식의 평가를 내놓을 때는 장관의 지위를 망각한 것 같다는 느낌마저 줬다.
당장 야당은 천 장관이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 환경과 결부시켜 그가 작심하고 '튀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입각 이후 개혁적 과제들을 소신있게 밀어붙여온 천 장관으로선 발언의 표현수위만 놓고 비판이 쏟아지는 데 대해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녕 그가 대권의 꿈을 실현하려면 정치에 이것저것 훈수를 놓기보다 묵직한 모습으로 법무행정의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이다.
사회부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