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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맹국들] (3) 폴란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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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맹국들] (3) 폴란드 (하)

입력
2006.01.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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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는 美에, 경제는 EU에 '줄타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은 폴란드의 미래를 좌우할 역사적 사건으로 꼽힌다.

폴란드가 ‘친서방’ 정책을 공식화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으나, 1989년 공산정권 붕괴 이후 15년 만에 나토와 EU 가입을 마무리하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나토 가입은 폴란드에게 ‘친미 외교’를 본격화하는 교두보이기도 했다. 폴란드 사람들은 미국과 동맹을 하는 이유를 ‘살아 남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즈비그니에브 레비츠키 바르샤바대 중ㆍ동유럽연구센터 교수는 “유럽 대륙에서 폴란드는 강대국이 아니다. 폴란드에게 미국 이외의 선택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동맹으로서 국제무대에서 발돋움하고자 하는 야망도 숨기지 않는다. 안드제이 야로시니스키 외무부 미주국장은 “폴란드는 국제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싶은 ‘야망’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관심을 가진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나라가 되고 주목 받는다”며 친미 정책에 ‘밴드왜건(bandwagon)’의 노림수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유럽 대륙에 속한 채 미국의 열혈 동맹으로 살아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2004년 EU에 가입하면서 폴란드는 미국의 동맹이면서 동시에 유럽의 일원이라는 균형감각을 어떻게 유지해가느냐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EU 터줏대감인 프랑스는 폴란드를 “미국이 유럽에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라고까지 몰아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지금보다 친미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EU가 아니라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가입하는 게 어떻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폴란드는 미국과 유럽, 어느 한쪽에 ‘올인’할 수 없는 입장이다. 미국은 폴란드의 생존을 온전히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미국은 안보 우산을 씌워주기는 했으나, 먹고 사는 문제까진 해결해주지 않았다.

비톨드 바시치콥스키 외무차관은 “폴란드에 투자하는 외국은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다. 미국은 외국 투자국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폴란드는 미국에는 안전보장을, EU에는 경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바르샤바의 외교 라인은 ‘트랜스 애틀랜틱(Trans Atlantic)’ 협력을 강조한다.

바시치콥스키 외무차관은 “폴란드는 대서양 양안을 미국쪽과 유럽쪽으로 분리시키고 싶지 않다”며 “폴란드는 대서양의 양안에 다리를 놓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게중심은 여전히 미국에 치우쳐 있다.

폴란드는 ‘유럽 지도의 정중앙’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토대로 새로운 역할을 찾아냈다. ‘중ㆍ동유럽의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독일과 러시아에 인접한 폴란드는 18세기 이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번갈아 지배를 받고 지도상에서 나라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불리한 지정학적 여건을 반전의 출발점으로 모색하고 있다.

레비츠키 바르샤바대 교수는 “폴란드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아 전개하고 있는 미국의 세계 안보 재편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나라”라며 ‘중ㆍ동유럽의 리더’로서 폴란드의 역할은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9ㆍ11테러 이후 미국이 안보 위험지대로 새롭게 주목한 중동.중앙아시아 등지의 위협 세력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동유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ㆍ동유럽의 리더’라는 목표 설정은 90년대 이후 세계 안보 환경의 변화를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소련의 붕괴 이후 폴란드 주변국들은 예전만큼 위험한 나라는 아니며 더욱이 동유럽의 구 소련권 국가들 중에서 폴란드는 가장 크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편이다.

레비츠키 교수는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에서처럼 폴란드는 구 소련권 국가들의 민주화를 정신적ㆍ심리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로시니스키 외무부 미주국장은 “미국은 전세계의 안보 수출국이고, 폴란드는 중ㆍ동유럽의 안보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드리안 즈드라다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폴란드가 동유럽뿐 아니라 서유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즈드라다 소장은 “폴란드는 미국의 의도와 목적을 이해하고 그것을 유럽에서 정확히 대변하는 변호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샤바=문향란기자 iami@hk.co.kr

■ 시마넥 데리시 하원의원 인터뷰

“폴란드의 국익과 직결된 문제인데, 이념이 다르다고 혹은 야당이라고 해서 정부의 친미 외교에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욜란타 시마넥 데리시(51ㆍ민주좌파연합) 폴란드 하원의원은 ‘친미’외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는 대외 정책의 큰 줄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총선에서 소속 정당의 패배 속에 당선된 그는 2000년부터 5년간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시마넥 데리시 의원은 지난달 퇴임한 크바시니에프스키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1999년 폴란드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과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을 꼽았다.

- 폴란드 대외 정책의 역점 사항은.

“1989년 공산체제에서 전환한 뒤 지금까지 폴란드 외교 정책의 큰 방향은 두 가지이다. 나토 가입과 EU 가입. 큰 마찰 없이 나토와 EU 가입을 마무리한 것은 지난 정부의 최대 성과이다.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의 새 정부도 친미, 유럽통합 정책 만큼은 지난 정부의 연속선상에 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는 여ㆍ야 모두 친미 외교를 지지하는데.

“좌파 정당이라고 혹은 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친미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폴란드와 미국의 우호관계는 18세기 미 독립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공산체제에서 전환한 이후 미국의 지원도 많이 받았다.

폴란드 외교는 많은 동맹을 얻고자 한다. 더욱이 강대국이 동맹이 되면 더 좋다. 그래서 모든 폴란드 정부는 좌ㆍ우에 상관 없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왔다.”

-폴란드가 나토와 EU 가입으로 얻은 것은.

“국익이다. 나토 가입으로 안전보장을 강화할 수 있었고, EU 가입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존재를 재확인했다.”

-유럽과 미국의 사이에서 폴란드의 이익 충돌은 없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크바시니에프스키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폴란드는 미국의 가까운 동맹이며 EU에 충실한 회원국’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은 폴란드가 EU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폴란드가 EU 체제에 편입한다고 해서 국익을 포기할 부분도 없다. 가령 2007~2013년 EU 예산안 논의만 보더라도, 영국의 첫 제안은 폴란드에 불리하다고 했지만 그건 EU의 폴란드 보조금을 축소하겠다는 것이었으니 손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바르샤바=문향란기자

■ "외국투자 美비중 12% 불과" 불만

폴란드는 스스로를 미국의 1등급 동맹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폴란드 투자에 소극적이고 비자 문제로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는데 대한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다.

폴란드는 공산주의 체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이면서 많은 외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서방 채무를 탕감 받고 미국으로부터 안정화펀드까지 지원 받아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폴란드인들이 미국에 대해 호감과 친밀감을 갖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폴란드는 현재 미국보다 서유럽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수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폴란드에 대한 외국 투자 가운데 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1년6개월 만에 29만 명의 폴란드인에게 자국 내 일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폴란드는 이라크 파병 대가로 기대했던 이라크 유전 개발권도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 입국 비자 면제는 폴란드 정부와 정치권이 친미 동맹의 상징으로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안이다.

미국과 폴란드의 경제 수준차 등으로 미국 내 폴란드인 불법체류 등의 문제는 해소되고 있지 않지만, 폴란드 정부는 이라크 파병의 대가로 비자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9ㆍ11 테러 이후 미국 유학도 어려워지는 등 교육 협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르샤바=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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