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천년의 역사’는 중세 중반부터 서양 문화 속에서 악마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나간 책이다.
책을 쓴 프랑스 역사학자 로베르 뮈샹블레는 ‘악령은 서양 문화의 감추어진 부분, 말하자면 십자군 원정부터 우주 정복에 이르기까지 서양 문화가 만들어 내고 온 세상에 전파한 위대한 사상들의 정반대’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악마는 ‘수많은 문화적 경로들에 의해서 발생된, 매우 실제적인 집단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사탄에 대한 이미지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13세기. 한때 인간을 속이기도, 인간에게 속기도 하던 인간적인 악마는 15, 16세기를 만나 마녀 사냥이라는 광적인 집착의 대상으로 바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등 수많은 악령 영화에서 만화의 주인공, 맥주 광고, 대중 음악, 혹은 도시의 정글에서 떠도는 소문까지 살펴보면서 악마의 역사ㆍ문화적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종교의 역할이 적지 않지만 악마는 서양 문명이 공동의 정체성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면서, 악마 이데올로기는 사회를 통제하고 개인의 의식을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료를 읽는 재미가 그만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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