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테러 용의자나 마약 밀매자들이 선불식 현금인출카드와 인터넷 결제 시스템 등 전자금융거래를 통해 검은 돈을 세탁하는 규모가 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16개 연방 기관들의 협조를 얻어 작성한 돈 세탁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불법으로 돈을 세탁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급증, 금융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스튜어트 레비 국무부 차관은 “미국은 돈 세탁을 하려는 범죄자들에게‘관용의 나라’가 됐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대응전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금을 외국으로부터 선적된 화물에 숨겨 들여오는 밀수 수법은 범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전적 방법이다. 보고서는 범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12가지 돈 세탁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돈 세탁이 용이한 선불 현금자동인출(ATM)카드를 이용한 현금교환 방법은 미국이 금융관련 범죄자들에게 가장 ‘관용적’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한 대표적 최신 사례다.
선불 ATM카드란 고객이 일정한 금액을 미리 지불하고 그 금액이 기록된 카드를 발급받아 카드 잔액 범위 내에서 수시로 ATM기기를 통해 돈을 찾을 수 있는 카드다. 현금만 있으면 은행처럼 복잡한 절차 없이 간단한 신상정보만 기재하고 카드를 구입할 수 있고, 계좌이체 기록 없이도 해외에서 현금을 빼낼 수 있다. 이 카드는 은행계좌 등이 없는 이민자나 학생이 주 고객층으로 현금교환의 편리성 때문에 현재 미국 내에서만 7,5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또 ATM 기기는 음식점이나 동네 가게 등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 널리 설치돼 있고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마약 밀매자 등 국제 범죄자들에게 악용되고 있다. 미국 돈세탁방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 은행들도 미국에서 사용이 가능한 선불카드를 발행하고 있어 악용될 소지가 높다.
레비 차관은 “미국에서 연 650억 달러의 불법 마약거래가 이뤄진다고 볼 때 이를 통한 돈 세탁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범죄자들은 선불카드와 같은 새로운 금융수단을 통해 돈 세탁을 글로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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