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3일 광저우(廣州)와 선전 등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일대 경제중심지를 시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그의 행보가 중국의 경제개혁ㆍ개방정책을 가속시키는 계기가 됐던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1992년 1월 남순강화(南巡講話) 코스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 일행의 행적은 이날 오전 9시 광저우 바이톈어(白天鵝)호텔 로비에 대기하고 있던 일본 N-TV사 방송카메라에 잡히면서 최초로 드러났다.
N-TV측은 “호텔 안에서는 중국의 전 최고 지도자(장쩌민 전 주석)로 보이는 인물이 기다리다 그를 맞았다”고 밝혔다. N-TV는 2004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당시에도 베이징(北京)의 유명 오리음식점에서 나오는 김 위원장을 촬영한 적이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도 같은 시각 50여대의 승용차를 나눠 타고 호텔에 도착한 일행 가운데 김 위원장이 포함돼 있다는 제보를 호텔 종업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가까운 거리는 중국 공안의 경호차와 오토바이 등 호위 속에 차량으로 이동하고, 도시간 이동에는 헬기와 비행기, 열차 등을 고루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11일, 12일 상하이(上海), 우한(武漢) 등지를 방문한 정황이 있다. 광저우에 이어 14일에는 중국의 첫 경제특구인 선전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숙소인 바이톈어 호텔은 16일까지 일반인의 객실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김 위원장이 광저우를 거점으로 중국 남부 경제지대의 산업시설을 며칠간 시찰할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그의 행보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연상시킨다. 덩샤오핑은 당시 후베이(湖北)성 우한을 시작으로 1달간 광둥성 선전, 주하이(珠海), 상하이를 시찰했다. 선전과 주하이는 80년 처음 개발구로 선정된 중국 개방정책의 상징이었다.
덩샤오핑은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논란이 거세지던 개혁개방정책과 관련, 지방 간부들을 만나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이어갔다.
그 때 언론에 공개된 메시지가 남순강화다. ‘고양이 색깔이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성향의 ‘흑묘백묘론’도 이 때 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의 상황도 당시 덩샤오핑의 처지와 비슷하다. 그는 2001년 상하이 방문에 이어 2002년 시장경제 요소를 가미한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내놓았지만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내부적으로는 군부를 중심으로 개혁개방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결국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중국의 개혁개방 성공사례를 다시 확인하고 군부와 보수파의 개방 반대논리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가 ‘제2의 7ㆍ1경제개선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물론 취약한 북한 경제체제 특성상 당장 개혁개방조치를 내놓는다고 해도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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