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과 동물에 다 같이 발병할 수 있는 감염성 질환으로서 때에 따라 서로 전염시킬 수 있는 전염병을 말한다. 원인으로는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리케치아 등 거의 모든 병원체가 포함되며 사람 전염병의 약 80%가 동물에서 전파된다. 척추동물과의 직접접촉, 섭식 혹은 곤충 등을 통해서 인체에 침입한다.
흑사병 결핵 광견병 광우병 O-157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탄저병 렙토스피라증 독감 사스 유행성출혈열 뇌염 디스토마 등 인류 역사를 참혹하게 물들인 대재앙의 거의 모든 원인을 인수공통전염병에서 찾을 수 있다.
1918년 스페인독감이 5,000만 명, 57년 아시아독감이 100만 명, 68년 홍콩독감이 70만 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이는 1, 2차 세계대전의 전사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보통 독감만으로도 미국에서 매년 2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또 여전히 사스, 조류독감은 인체에 침입해서 대유행을 일으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종류의 동물성 전염병들이 산발적으로 인체감염에 성공하고는 있으나, 인체 간 전염성을 얻기가 어려운 상태여서 다행히 대유행으로 발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번 터지면 끔찍한 재앙으로 기록될 인수공통전염병도 잘 알고 나면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전염경로를 알아서 전파를 막거나 예방접종을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흑사병은 쥐벼룩이 전파의 원흉이며 렙토스피라증이나 유행성출혈열은 쥐의 오줌에 원인이 숨어있다. 조류독감은 국경 없이 날아다니는 철새 똥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
76년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의 원인 바이러스를 들쥐의 폐에서 찾아내기 전까지 전방 근무 장병들은 야외작업 후 바지를 소독약에 빨아 입었다. 괴질로 알려진 렙토스피라증은 수의사에게는 흔한 병이었다.
사스나 조류독감 확산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미래 인류의 대재앙은 인수공통전염병들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밝혀졌다.
인수공통전염병의 예방 및 치료에는 의학, 수의학, 질병관리본부 수의과학검역원은 물론 조류와 야생동물 전문가가 포함되고, 특히 언론매체가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 정보를 공유하고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협력하면 아무리 독하고 낯선 전염병이라도 잘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창립한 ‘인수공통전염병학회’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승철· 서울보훈병원장· 인수공통전염병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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