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광고인 로베르 퀘렝은 오래전에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기는 질소와 산소, 그리고 광고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아마 현시대를 예견하고 그런 말을 하였을 것이다.
광고와 홍보를 함께 생각하면 우리는 정말 광고홍보로 만들어진 공기를 숨 쉬며 산다고 해야 할 것이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의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 광고로부터 거리의 전광판과 입간판, 택시, 버스, 전철에서 만나는 광고물들, 뉴스와 드라마에 숨겨진 수많은 홍보물, 심지어는 개인의 전화와 우편함을 채우는 광고홍보로부터 아무도 피할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은 전통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촉진하기 위하여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홍보를 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에서도 광고홍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어찌 보면 광고홍보물에 사람들이 질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특히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래 공공분야의 광고홍보는 대단한 발전을 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기업이 정부에서 배워야 할 정도다.
하나의 예로 외교통상부는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에서 PPL(제품배치) 기법을 이용하여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알리는 동시에 현안 이슈인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행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시도했다.
통일부의 온라인게임을 이용한 통일 홍보, 미니 홈피나 블로그 개설을 통한 국가보훈처의 광복 60주년 홍보 등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광고홍보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광고홍보는 기본적으로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기업이나 정부 등이 정보원의 역할을 하고 소비자나 시민은 수신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설득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정보원의 공신력이다.
공신력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원의 신뢰성, 전문성 또는 호감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광고홍보에서는 가능한 소비자들이 신뢰하거나, 전문성이 있거나, 좋아하는 인물들을 메시지 전달자로 이용하려고 한다.
기업이 인기 연예인을 광고에 등장시키거나 정부가 교수나 전문가 등을 앞세우고 유명인들을 각종 이벤트의 홍보대사로 내세우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그러나 공신력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메시지를 수용하는 수신자, 즉 소비자나 시민이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공신력 있는 인물을 이용한다 해도 메시지의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설득효과는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 신뢰의 문제는 인기 있는 모델을 활용하거나 전문가들을 기용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정책의 진실성이다. 다시 말하면 제품이나 공공정책이 진정 소비자나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광고가 한번 사보도록 만들 수는 있지만, 고객을 만드는 것은 제품이다.”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의 품질이 메시지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시민과 사회를 위한 것이어야 진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정책 수용도 가능해 진다.
아무리 광고홍보를 화려하게 한다 해도 진실이 없는 메시지는 결국 기업과 정부를 위한 하나의 프로파간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2006년에는 광고홍보가 외형의 발전보다는 진실을 바탕으로 시민과 소비자를 중심에 두는 진일보된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윤선길 ㆍ한신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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