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발언으로 여권이 또 한번 시끄럽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최근의 개각갈등에 대해 당과 청와대의 인식차를 거론하며 탈당을 시사했다고 한다.
“지난 해 대연정 제의 후 당에 피해를 입히는 것 같아 탈당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는 과거형 언급이라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지만, 정국에 대통령 탈당이라는 새 변수가 던져진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과 당이 불만과 불신을 누적시켜 가더니 회의 석상에서 결별의 카드까지 나오는 상황은 그 자체로 볼썽 사납다. 탈당문제가 불쑥 나온 것은 불안하고 무책임한 집권세력의 면모를 다시 압축해 보여준다. 당은 대통령 때문에 피해를 입고, 대통령은 인사권까지 간섭 받으며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면전에서 주고 받는 사이라면 이런 관계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해소돼야 하거나, 정 안되면 청산될 수 밖에 없는 관계다. 이런 당정 사이가 만들어낼 것은 국정 난맥, 소모적 갈등, 무익한 권력투쟁일 것이다.
대통령이 초당적 중립적 국정 운영을 위해 대승적으로 탈당하는 것은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는 문제다.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정의 제 자리를 잡는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집권층 내부의 분열과 갈등의 산물로 파괴적 의미를 담고 떠올랐다는 점에서 다르다. 개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대해 “정 그렇다면 헤어지자”는 식으로 나온 언급이었다니 여기서 느껴지는 것은 건설적 문제해결이나 개선의지가 아니라 대통령의 오기이다.
대통령과 당이 국정운영과 선거를 두고 이해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지만 이는 맞지 않다. 집권세력이 국정의 성과로 심판 받고 선거 승리를 위해 애쓰는 게 선거 민주주의다. 노 대통령은 당과 여론이 지적하는 실책과 실정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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