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이 국내 패션 업체들에게 준 깨달음이 있다면? 축구는 곧 패션이라는 점이다. 굳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붉게 물들인 ‘Be the Reds’ 티셔츠가 아니라도 아이들 생일파티에나 등장할 법한 페이스 페인팅이 인기를 끌고, 태극기로 배꼽티와 미니 스커트를 만들어 입는 ‘태극기 패션’이 등장하는 등 집단적 열광(passion)은 쉽사리 패션(fashion)으로 통한다.
2006 독일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 축구 열기가 패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패션 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선두 주자는 캐주얼 업체 베이직 하우스다. 국가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 악마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고 지난 연말 새로운 슬로건 ‘Reds, Go Together’를 단 새 응원복을 발표했다. 장당 1만9,000원의 티셔츠는 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
나이키코리아도 월드컵이라는 테마 아래 봄 시즌을 겨냥, 이 달 중순부터 ‘그래스루트(Grassroots)’와 ‘월드팀(World Team)’ 컬렉션을 출시한다.
그래스루트는 영국의 해크니 마시, 아르헨티나의 클럽 파르크 등 세계 축구사의 유서 깊은 명소들에서 영감을 얻은 라인이며 월드팀은 박지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보카 주니어스 등 세계 축구 명문들의 유니폼 및 트레이닝복에서 각 팀 고유의 색상과 문장들을 살려 디자인된 캐주얼이다.
월드컵 분위기가 무르익을 4월에는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모티브로 삼은 여름 시즌 상품도 소개된다. 축구협회 엠블렘의 호랑이 문양을 가슴 부위에 프린트한 탱크탑(몸에 달라붙는 티셔츠)과 원피스 등 트렌드 감각이 물씬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월드컵 테마는 운동화와 가방, 모자 등 각종 용품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
엄브로코리아는 영국 스포츠 브랜드 ‘엄브로’를 들여오면서 월드컵, 스포츠 라이프 스타일, 오웬과 베컴 등 영국 축구 스타 등을 테마로 한 상품들을 선보인다.
CI인터내셔널이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 수입 브랜드 ‘카파’는 잉글랜드 토튼햄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 선수의 유니폼을 출시하기 위해 본사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디다스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이미 월드컵 홍보관을 차리고 월드컵 마케팅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열광은 패션 업계로서는 엄청난 시장이 활짝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캐주얼이든 디자이너 브랜드이든 ‘축구’라는 주제를 얼마나 감각적으로 풀어내느냐가 한 해 장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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